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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11일(木)
“옹벽 무너질까 불안해서 잠 못자…비오면 토사 더 밀려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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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극동아파트 수해현장

굴삭기 투입… 철거만 한달걸려
피해 주민들 하루아침에 이재민
“팬티 바람 대피…먹던약 놓고와”
“고 3 수험생 어디서 공부시키나”


곧 덮칠듯 위험천만...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와 인접한 옹벽이 지난 8일 내린 집중호우로 무너져 있다. 이예린 기자


“비 올 때마다 옹벽이 갈라져서 임시로 막아두더니… 이제 도저히 불안해서 잠을 못 자겠어요.”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 108동 주민 조재현(여·73) 씨는 폭우로 무너진 옹벽 근처 피해복구 상황본부 앞을 찾아와 이같이 울먹였다. 조 씨와 함께 있던 아파트 주민 20여 명도 또 비가 쏟아지면 비슷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불안감에 동작구 관계자들에게 피해 상황을 토로했다. 이들은 아파트와 뒷산을 가로막던 옹벽 붕괴로 하룻밤 새 대피소 이재민이 됐다. 105동 주민 A 씨는 “애가 고3인데 대피소 가서 공부시키나”라며 “두 달 뒤에 인생이 걸렸는데 집에 못 들어가게 하면 어떡하나, 먹는 것도 고민”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제 차는 옹벽 밑에 깔렸는데 언제 빼줄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05동 주민 B 씨는 “팬티 바람으로 대피하면서 리피토(고지혈증치료제)를 포함해 아무것도 못 가져 나왔다”고 전했다.

가로 약 70m, 세로 약 20m의 이 아파트 옹벽은 지난 8일 오후 10시 5분 폭우를 못 견디고 무너졌다. 이날 105동 5층에서 내려다본 현장은 처참했다. 무너진 옹벽 위로 흘러내린 토사가 아파트 벽을 덮었다. 옹벽 밑으로는 승용차 2대가 매몰됐다. 이 여파로 아파트 1층 현관에도 흙탕물이 그대로 있는 등 아파트 전반에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극동아파트 옹벽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현장을 방문해 “2차 사고우려가 있는 만큼 안전 문제에 대한 철저한 진단 후 임시출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토목구조, 토질 등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이날부터 사당동 극동아파트 옹벽 붕괴현장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후속조치를 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7시부터는 옹벽 철거가 시작됐으며, 철거기사 6명과 굴삭기 3대가 투입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옹벽은 추가붕괴를 막기 위해 임시 지지대인 잭서포트와 H빔을 통해 보강된 상태다. 철거기사 윤혁 씨는 “철거에만 한 달이 걸릴 예정이다”며 “매몰된 승용차는 사흘쯤 뒤 꺼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지하 침수’ 언제까지... 1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사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 피해를 당한 주민이 집기류를 정리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전문가들은 제대로 보강이 되지 않으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무너진 옹벽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비가 또 오면 토사가 밀려 내려갈 수 있다”며 “인근 지역 조치를 해둬야 한다”고 전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형식적인 재난관리 시스템이 문제”라며 “이미 2007년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현재 1만6000여 개 위험지 중 이곳이 포함돼 있는데, 이 동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휴대전화 경보를 보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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