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2.9.25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정치일반
[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11일(木)
규제는 ‘안보이는 세금’… 국민 주머니서 매년 300조원씩 새나간다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최병선 Deep Read - 규제개혁 왜, 어떻게

韓 규제비용 GDP의 15%, 美는 10%선 기업 창의 죽이고 민간에 수백조원씩 세금 물리는 격
규제개혁만으로도 성장률 상승…대통령이 나서서 장·차관 독려하고 규제 시계추’ 관성 뜯어고쳐야


규제는 ‘보이지 않는 세금’(hidden tax)이다. 규제는 곧 경제와 민간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선진화의 장벽이다. 규제개혁을 제대로 할 경우 매년 규제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 300조 원을 지켜낼 수 있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규제는 ‘제로’로 수렴돼야 한다.

성공적인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부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장·차관이 뛰게 만들며, ‘규제 시계추’(regulatory pendulum)의 관성을 뜯어고치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매년 증발되는 300조 원

왜 규제개혁이 필요한가. 한마디로 규제로 인한 편익보다는 비용이 과다하기 때문이다.

규제 비용은 얼마나 될까. 규제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제도화된 미국의 예를 들어보면 2016년 연방정부 규제의 경우 비용은 1조9000억 달러로, 같은 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18조7500억 달러의 약 10%에 달했다.

한국은 어떨까. 미국보다 규제가 더 많을 뿐 아니라 불합리성도 훨씬 높은 점을 고려할 때 GDP의 15% 선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말 GDP가 1조6300억 달러였으므로 2500억 달러, 약 300조 원이 불합리한 규제로 해마다 소실되는 셈이다.

규제 비용은 거의 전적으로 민간(기업) 부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규제를 입안하고 집행하는 데 들어가는 정부 예산은 매우 적다. 기업은 규제 준수를 위해 시설과 장비를 개선해야 하고, 관련 기록을 유지하고 서류를 작성해 보고해야 하며, 임금을 올려야 한다. 이것이 직접비용이다.

여기에 더해 규제로 인한 각종 제약은 간접비용을 유발한다. 대표적으로 연구·개발 유인이 줄어들고 민간의 창의적 노력은 사라진다. 또 규제기준과 방법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 시장경쟁을 제약하는 데 따른 비용 등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이 외국에는 없는 법이라며 기업들이 우려하는 사항들이 대표적으로 비용을 크게 유발하는 규제들이다.

◇규제는 선진화 장벽이다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규제는 경제사회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중요한 장벽이다. 세계은행 ‘Doing Business’ 분석평가팀에 따르면 규제 후진국이 규제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개혁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경제성장률을 최소한 1.4%에서 최대 2.2%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각국이 인플레이션과 불황이라는 진퇴양난의 협곡에 갇혀 신음하는 이때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로서 규제개혁보다 더 적절하고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없다.

규제는 반작용을 부른다. 경제가 어려울 때 경제 활성화를 명분 삼아 환경규제를 완화하면 비교적 저항이 적지만, 경제가 되살아나기 무섭게 환경규제나 안전규제는 더 큰 호소력을 갖는다. 하지만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개혁으로는 전진할 수 없다. ‘규제 시계추’ 관성을 뜯어고쳐야 한다.

역대 어느 정부도 규제개혁을 외치지 않은 정부가 없었다. 하지만 그 역할을 완수한 정부도 없다. 김대중 정부가 김영삼 정부 말기에 준비된 행정규제기본법을 통과시키고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를 설치한 게 1998년의 일인데 지난 25년간 규제개혁 시스템은 거의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제개혁은 행정기관부터 솔선해야 한다. 정부가 규제개혁에 따른 정치·사회적 압력을 앞장서서 막아주고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관료들은 언제 책임 추궁을 당할지도 모르는 규제개혁에 발 벗고 나설 동기나 유인을 갖지 못한다. 정부 스스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관료사회의 피동성과 경직성을 타파할 수도 없고, 구조개혁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규제개혁의 길

관건은 어떻게 해야 우리가 성공적으로 규제를 개혁해 나갈 수 있느냐다.

첫째, 대통령부터 깊은 관심을 갖고 장·차관이 뛰게 만들어야 한다. 현행 행정규제기본법이 규제개혁에 필요한 수단들을 거의 다 망라하고 있음에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건 장·차관이나 지자체장들의 관심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기존 규제 50% 삭감을 전광석화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의 집요한 관심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둘째, 규제개혁 관련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예컨대 ‘일몰제’ 시행 현황을 보면 1000여 건의 관련 규제들 가운데 폐지율은 3%에 불과하다. 일몰 시점으로부터 최소한 6개월 전에는 해당 규제의 시행 효과를 분석 평가해 존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예산도 전문인력도 없으니 목청 높은 편, 기득권 세력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찬반이 극렬하게 갈리는 수도권 규제 완화와 같은 이슈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도 규제의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 보는 일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하다. 반도체학과 신·증설에 대한 지방의 강력한 반발에서 보듯, 규제개혁에 대한 저항과 반대를 돌파할 수 있는 대책으로서 과학적 분석과 설득 말고는 없다. 이를 위해 규제영향분석 역량을 지금보다 과감히 늘려야 한다. 규제총량제든, OIOT(one in one out) 제도든, 규제의 비용과 편익을 계산할 능력이 없고 예산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셋째, 감사원의 감사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획일적일 수밖에 없는 규제의 폐단을 최소화하려면 규제 집행의 최전선에 서 있는 규제 관료의 재량권 행사를 보장하고 장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 경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해야 할 일

규제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규제로 인한 비용과 부담을 기업이 진다고 생각해 일반 국민이 자신에게는 아무 손해나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기업이 지는 부담과 비용은 그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포함되고 당연히 소비자, 곧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규제는 세금과 같다. 다만 숨겨져 있을 뿐이다.

앞에서 살폈듯 우리나라 규제 비용이 2020년 말 현재 약 300조 원이라고 할 때 이를 전체 인구로 나누면 국민 1인당 부담은 약 588만 원 정도가 된다. 같은 해 국민 1인당 조세 부담액은 1019만 원이었다.

직접 내는 세금뿐 아니라 호주머니에서 나도 모르게 새나가는 돈이 제값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눈을 부릅뜨는 국민이 많아질 때 국회의원도 행정부도 섣불리 규제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 전 규제개혁위원장


■ 세줄 요약

매년 증발되는 300조 원 : 규제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규제로 인한 편익보다 비용이 과다하기 때문. 미국의 규제 비용은 GDP의 10% 선. 한국은 15%가량이며, 불합리한 규제로 해마다 약 300조 원이 소실되는 셈.

규제는 선진화의 장벽 :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후진국은 규제개혁만으로도 연간 경제성장률을 1.4∼2.2%까지 끌어올릴 수 있음. 규제는 경제사회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장벽. ‘규제 시계추’의 관성 뜯어고쳐야.

규제개혁의 길 : 규제는 곧 국민 부담으로 돌아옴. 따라서 규제는 보이지 않는 세금. 성공적 규제개혁을 위해 대통령부터 의지를 갖고 장·차관을 독려하며,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감사원의 감사 방식을 바꿔야.


■ 용어 설명

‘Doing Business’는 세계은행 내 경제학자들이 기업 규제와 경제 성장의 관계를 지수화하기 위해 수행한 연구. 세계은행이 자금 지원을 위한 실증적 자료로 오래 활용해오다 2021년에 중단함.

‘규제 시계추’는 규제철폐와 규제강화를 오가는 것. 규제정책 변화가 시계의 진자 운동과 유사하다고 해 시계추라는 표현을 씀. 경기 변동이나 정치권력의 변화에 따라 규제 시계추 현상이 나타남.
[ 많이 본 기사 ]
▶ 박지원 “대통령실 해명 얻어터져도 싸다“
▶ 尹의 ‘이××’ 발언에 진중권 “입에 붙은 표현...국민의 품..
▶ 푸틴 “화이트 칼라는 징집하지마”…힘없는 소수민족이 총..
▶ [단독]北 미사일 발사 태천은 지하핵시설 장소…美 핵항..
▶ 도봉구 아파트서 20·30대 남녀 3명 숨진 채 발견...경찰 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최장신 기자의 NBA 이야기] ⑧ 앨..
이재명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
넷플릭스 ‘지옥’, “시즌2 제작” 발표
벤투호, 국내파 위주로 한 번 더 소집..
美 하원의원 “한국차 혜택 제외한 IR..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7.15 | 회장 : 이병규 | 발행·편집인 : 김병직 | 발행연월일 : 1991.11.1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