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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현안 인터뷰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11일(木)
“韓은 ‘민주주의 슈퍼파워 국가’… 印·太 ‘민주적 단결’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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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먼 윌슨 미국 민주주의기금(NED) 회장 겸 CEO가 방한 기간인 지난 4일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종로구의 한 민간단체 사무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전 세계 민주주의 위기와 한국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첫 방한 데이먼 윌슨 미국 민주주의기금 회장

러, 우크라 침공 - 중, 대만 위협
지금은 권위주의 부활의 순간

민주주의 포위되고 공격받는데
행동 않고 그냥 지켜봐선 안돼
민주국가 네트워크 구축 필요

韓, 문화서도 ‘파워하우스’ 국가
對中관계 스스로 운명 결정을
北주민 정보접근 돕는 건 ‘책임’


전 세계 민주주의가 위기다. 민주주의 선도국인 미국에서 지난해 1월 6일 초유의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을 목도했고, 지난해 2월 미얀마 쿠데타와 같은 해 8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전쟁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는 공급망 마비와 극심한 물가상승, 식량난에 더해 미흡한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폭염과 홍수, 산불까지 혹독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전 세계 민·관과 협력해 민주주의 발전을 지원하는 미국 민주주의기금(NED)의 데이먼 윌슨(49) 회장 겸 CEO는 문화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금은 민주주의에 있어 중대한 순간”이라며 “혼자만 고립돼서는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초당적 정책”이라면서 “한국은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윌슨 회장은 한국을 ‘민주주의 슈퍼파워’라고 지칭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자유·평화·번영을 지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들었다”며 기대를 표했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첫 방한한 윌슨 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4일 종로의 한 민간단체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NED는 국내 탈북단체를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방한 목적은.

“이번 방문 목적은 북한 문제보다는 우리가 ‘민주적 단결’(democratic unity)이라고 부르는, 즉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지한다는 공통의 대의명분을 공유하는 파트너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등과 함께 자유·평화·번영을 지지하는 데 중추적인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고 들었는데, 이는 이전 정부와는 좀 다른 접근법이다. 윤 정부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지, 전 세계 민주주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다.”

―한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보나.

“한국은 어떤 면에서는 민주주의 초강대국(superpower)이다. 주요 20개국(G20)이자 세계경제 순위 10위다. 역동하는 경제와 민주적 전환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다. 유일하게 수혜국에서 원조국이 된 나라이자, 문화적 ‘파워하우스’(powerhouse)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의 민주적 전환은 정말 대단하다. 한국과 함께 어떻게 미얀마 등에서 민주주의를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를 협의하고 싶다.”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위기다.

“매우 힘든 시기다. 하지만 우리는 고립되면 안전할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민주주의가 포위되고 공격받는 것을 그냥 지켜봐서는 안 되며, 이게 우리의 도덕적인 의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 세계 민주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이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독재자들도 함께 협력하며 서로 억압 기술을 학습하기 때문에 우리 역시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 이번 방한의 초점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민주적 활동가들이 어떻게 서로 배우고, 일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민주주의 위기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민주주의에 있어 중대한 순간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푸틴 대통령은 성공적으로 민주화된 우크라이나를 위협으로 판단하지만, 세계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역경에도 불구하고 성공하고 있는데,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한 리더십 때문만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NED는 구소련 붕괴 전인 1989년부터 우크라이나의 독립적인 시민단체와 미디어를 지원해왔고, 우크라이나인들은 지방분권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구축된 시민사회의 힘으로 오렌지 혁명(2004년)을 통해 직접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평범한 사람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비범한 일을 해내는 것, 이게 바로 푸틴과 다른 독재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적 회복력(resilience)과 민주적 저항(resistance)을 통한 시민사회 지지가 건강한 민주주의에는 매우 중요하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일한 유럽 전문가인데, 나토 동진(東進)을 러시아의 침공 이유로 보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토 때문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이 19세기 러시아 제국처럼 세력권 안의 국가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부정하고,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제국의 속국으로 본다. 궁극적으로는 러시아 내에서 푸틴 대통령이 본인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군사적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푸틴은 러시아인들이 자신의 미래를 만들고, 자신의 지도자를 선출하고,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서구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푸틴의 이런 행동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기 지원과 정치적 연대 등을 통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국가들은 서로를 지지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가 민주주의 편에 서야 중국·러시아·이란 등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 역시 중국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 보다 더 억압적이 돼가고 있다.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의 산물인 민주적 제도가 어떻게 후퇴했는지를 보라. 신장(新疆)에선 집단학살도 자행됐다. 대만 주변에 1000여 차례에 걸쳐 전투기도 출격시켰다. 매우 위험한 순간들로, 우리는 이 같은 상황에 홀로 대처해선 안 된다. 우리에게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비전’이 있다. 한·미·일이 함께하고, 민주적 인도·태평양 건설을 위해 필리핀과 미얀마 등에서 투쟁하는 민주화 인사들을 위한 지원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주도하는 미국 역시 내부 정치적으로 매우 분열돼 있다.

“미국이 정치적으로 분열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1·6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큰 충격에 빠져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마저 불확실한 시기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은 민주주의 진흥 예산을 2배 늘렸다. 지금이 권위주의 부활의 순간이며, 미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공통의 대의가 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초당적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무모하다(reckless)”는 비판이 있는데.

“아니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무모한’ 것이 되는 세계를 중국 공산당이 만드는 것을 지켜만 봐선 안 된다. 의회 지도자가 각국의 카운터파트를 만나 역동적인 민주주의의 연대, 양국 관계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다. 오히려 타인을 통제하고, 지시하려 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다. 우리가 지지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한국과의 동맹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약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도 중국에 대해 자신감을 갖기를 바란다. 한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며, 주요 민주주의 국가다. 한국인들이 위축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기를 바란다.”

―최근 한국에서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망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등에 대한 전임 문재인 정부의 결정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정치적 행동에 대해 판단하지 않겠다. 다만 북한의 전체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체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앙이며 끔찍하다. NED가 탈북단체를 지원하는 것도 북한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험칙상 김 위원장 같은 불합리한 독재자를 달래는 것은 안정·안보의 길은 아니다. ”

―코로나19 팬데믹에 식량 위기까지 북한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북한을 민주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북한 주민들이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며,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전 세계 3만 명의 탈북자 공동체를 지지하고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을 도와줘야 하는 도덕적 책임이 있다. 물론 북한과의 관계가 냉각 상태인 한국 정부가 움직이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바로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한·미 동맹이 중요한 이유다. 또 K-팝 등은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다. 궁극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비판적 사고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보영 기자




■ 미국 민주주의기금은

윌슨 ‘워싱턴 정가 세대교체 주역’ … “NED, 민주주의를 위한 벤처 캐피털”


미국 민주주의기금(NED)은 독특한 기관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위한 기반시설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한 이후 의회가 주도해 1983년 설립된 NED는 매년 의회로부터 3억1500만 달러(약 409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NED의 예산 집행은 독립적이며, 형태 역시 사적 재단으로 출범했기 때문에 행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자유롭다. 전 세계 민주주의 진흥을 위해 NED가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다.

데이먼 윌슨(49) NED 회장 겸 CEO는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이 같은 NED를 ‘민주주의를 위한 벤처캐피털’이라고 정의했다. 정부가 선택하기 힘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윌슨 회장은 “현재 전 세계 124개국의 2000여 개 시민단체와 독립 언론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민주주의 위기에 직면한 국가는 물론 시민사회와도 중개 없이 직접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NED는 한국에서도 탈북 및 북한인권 단체 등 30여 곳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북한 민주화를 위한 대북 정보 유입 사업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이 같은 NED를 진두지휘하는 윌슨 회장은 초대 회장인 칼 거슈먼(79) 전임 회장의 38년 재임 이후 부임한 2대 회장이다. 최근 워싱턴DC 정가와 싱크탱크에서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의 주역 중 한 명인 셈이다. 윌슨 회장은 “전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 있어 ‘아이콘’과 같았던 지도자의 뒤를 걷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면서도 “지금 워싱턴의 민주적 기관들은 모두 다음 세대로 지도부가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윌슨 회장은 “앞으로 제가 할 일은 전임 세대가 구축한 민주주의 가치의 성화를 차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지금 민주주의에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앞으로 다가올 ‘제4의 민주화 물결’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미래 세대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데이먼 윌슨(49) △미국 듀크대 정치학과 △프린스턴대 공공국제대학원 석사 △미 국무부 중국과장 △주중 미국 대사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실 부국장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북유럽 담당 국장 △주이라크 미국 대사관 △백악관 유럽 담당 선임국장 및 대통령 특보 △애틀랜틱카운슬 부회장 △미국 민주주의기금(NED) 회장 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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