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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12일(金)
싱가포르 공공주택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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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미 전국부 차장

지난달 31일 오후 싱가포르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10여 분을 달려가자, 저층 주거지 사이로 50층 높이 7개 동(1848가구)으로 이뤄진 초고층 아파트가 펼쳐졌다. 바로, 싱가포르의 ‘1호 고급형 공공주택’ 피너클 앳 덕스턴(Pinnacle @ duxton·피너클)이다. 피너클은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산하 주택개발청(HDB)이 가장 오래된 공공주택부지에 지난 2009년 재건축한 건물이다.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생전 자신의 지역구에 시범 조성한 고급형 공공주택 첫 사례에 해당한다.

건설비 2600억 원이 투입된 피너클의 분양가는 2억5000만∼6억 원이었다. 한국의 30평형(약 85㎡)에 맞먹는 4룸(방 3개+거실 1개)은 5억 원에 공급됐다. 싱가포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만 달러(우리나라 3만4000달러) 이상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다. 당시 도심 외곽에 주로 분포했던 공공주택과 달리, 도심 한복판에 양질의 공공주택이 들어서면서 분양 경쟁률도 치열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피너클 모델은 싱가포르 특유의 주택 공급 정책으로 가능했다. 인구 600만 명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만 사고팔 수 있는 ‘토지 임대부 주택(99년 임대)’이 보편적이며 전체 인구의 82%가 공공주택에 거주한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매해 천문학적인 재정지원(국가보조금)을 쏟아붓는다. 연간 정부 예산의 2% 정도에 해당하는 20억 달러(2조6170억 원)를 HDB 몫으로 편성할 정도다. HDB도 채권 발행 등을 한다.

현재 싱가포르 공공주택 중위 가격은 90㎡ 기준 5억2200만 원 정도다. 같은 크기의 민영주택(약 15억 원)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이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는 보조금 등 다양한 유인책을 펴고 있다. 사회초년생·저소득층이 청약할 때 최대 8만 달러(1억488만 원), 실거주 5∼10년이 지난 재판매 주택 구입 땐 16만 달러(2억968만 원)를 지원한다. 월 소득에서 일정 금액을 적립해 주택계약금과 월 상환액에 활용하는 연금 제도도 갖추고 있다. 공공주택을 분양받았던 노년층이 집의 크기를 줄여가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시장에 풀린 주택은 다시 큰 집이 필요한 청장년층에 공급되며 토지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싱가포르국립대 부동산학과에 재직 중인 이관옥 교수는 “싱가포르 중산층이 연봉을 모아 집을 사는 기간은 평균 4.7년”이라며 “젊은 저소득층 가정의 주택 마련 부담을 크게 덜어줌으로써 결혼과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긍정적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서 정부 통제가 가능한 싱가포르 모델을 국내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대기업 초봉 기준 28년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겨우 주택을 살 수 있는 한국의 지독한 현실을 고려할 때 주거 복지·안정 측면에서 정책적으로 고려할 지점이 있다고 본다. 마침 오세훈 서울시장도 피너클 모델을 서울 하계 5단지에 적용하는 등 서울형 고급 임대주택 추진 의사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그 실험이 한국형 토지 선순환 구조 구축의 첫 단추가 되길 간절히 고대해 본다.
e-mail 곽선미 기자 / 전국부 / 차장 곽선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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