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어떻게 ‘친명’ 정당으로 재편됐나

  • 문화일보
  • 입력 2022-08-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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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퇴임 후 親文이 구심점 잃은 것이 계기
‘처럼회’ 등 강경파 가세로 분위기 확산
차기 최고위원 5명 중 4명 ‘친명’ 유력시
‘당헌80조’ 개정 등 李에 힘싣는 움직임도
‘몸집 키우기’ 李, 독주 속 尹과 대립 구도
각종 수사로 ‘사법리스크’ 역풍 우려도 여전





더불어민주당이 당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의원 중심의 ‘친명(친이재명)계’ 정당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초반부터 이 의원이 70%를 웃도는 지지를 받으며 독주를 이어가자 그의 측근들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에서 나아가 이제는 ‘거대명’(거의 대부분은 이재명)"이라며 압도적인 승리를 점치고 있다. 동시에 한쪽에선 "그 많던 친문(친문재인)들은 다 어디로 갔냐"라는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절규에 가까운 한탄 목소리도 들린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졍견 발표하는 이재명 후보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이 지난 7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구심점 없는 親文 반대급부로 부상 =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 지지율이 40% 안팎을 유지하던 올 초만 하더라도 민주당 주류는 친문이었다. 그러나 3·9 대선과 6·3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석 달여 만에 권력 구도가 급격하게 뒤바뀌는 과정에서 ‘이재명 쏠림현상’이 확고해졌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친문이 ‘구심점’을 잃고 세력화에 손 놓고 있던 틈을 이 의원이 "새로운 정치 초식으로 파고들었다"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의원은 두 번의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했지만, 곧바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스스로 ‘0.5선’이라 칭하면서도 차기 당권에까지 도전하는 등 이례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친문에 차기 유력 주자가 없어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는 점도 이 의원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친문은 지난 대선 때 이낙연계와 정세균계 양쪽으로 흩어졌다. 이를 재통합할 인사로 문 전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거론됐지만, ‘드루킹 사건’으로 복역 중인 그는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최종 제외됐다. 일각에선 "김동연 경기지사를 키우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항마로는 다소 약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新이재명계 편입 증가, ‘확장성’도 강세 = 과거 원조 친명으로 분류된 인사는 이 의원 측근인 7인회(김남국·김병욱·김영진·문영진·문진석·임종성·정성호 의원, 이규민 전 의원)와 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에 그쳤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거치고 이 의원의 차기 당권이 유력해지면서 친명계는 급속도로 불어났다. 특히 당내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와 같이 ‘개혁의 딸(개딸)’등 이 의원과 지지층을 공유하고 세력이 새롭게 편입되면서 ‘세 불림’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지난달 5일 전당대회 룰 개정을 추진한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연판장을 돌렸고, 하루 만에 63명의 서명을 받았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당시 중앙위원회 투표 100%로 당 대표 예비경선을 치르겠다고 결정했지만, 적용 시 초선인 이 의원 등에 불리할 수 있다며 끝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했다. 이들 외에도 문 전 대통령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김병기 의원을 포함, 조정식(5선)·우원식(4선)·윤후덕(3선) 의원 등 당내 중진들도 이제는 신명계로 분류되고 있다.

차기 최고위원 후보도 ‘친명’ 입지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8명 중 5명을 뽑는 최고위원에는 정청래·박찬대·장경태·서영교 의원 등 이 의원과 가까운 친명 후보들이 당선권에 포진했다. 비명계 중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고민정 의원이 유일하게 당선권에 이름을 올렸다. 윤영찬·고영인·송갑석 의원 등 다른 비명계 주자들은 6∼8위권에 그쳤다.

◇견제 없는 ‘초강성’, 尹 정부 비판해 몸집 키우기 李…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약점’ = 이 의원은 사실상 견제 없는 독주를 의식한 듯 연일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내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과 정책 맞대결을 펼쳐 차기 당 대표로서의 중량감을 갖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최근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정면 비판했다. 또 법인세 인하 정책을 "실효성이 없다"고 깎아내리면서 되려 코로나 상황에서 늘어난 기업의 이익에 대해 부여하는 ‘횡재세’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이 의원의 ‘강한 야당 대표’ 구상에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방탄’ 논란을 불러일으킨 ‘당헌 80조’ 개정 추진이 대표적이다. 해당 조항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시 ‘대장동 사건’ ‘성남FC 후원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이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검찰 기소로 직무가 정지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의원은 ‘강한 야당 대표’를 강조하고 있지만, 강경 일변의 ‘원 맨 독주’에 따른 소통 부재로 당내 계파 간 내홍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당이 쪼개지지 않는 한 한몸이 돼 사법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방탄 과정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이어진 전통적 민주·진보 가치가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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