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검수완박법’ 보완 시행령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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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08-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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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헌법과 민법·형법 등은 우리 사법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법이다.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의 필수과목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수사와 형사재판 절차의 기본법은 형사소송법이다. 형소법 제196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규정한다. ‘수사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 아니라, ‘수사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다. 검사의 수사권에 아무런 제한도 없다. 체포·구속·압수·수색과 관련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관해 규정한 헌법 제12·16조도 검사가 수사의 주체임을 명시한 것이다.

이른바 ‘검수완박법’은 헌법과 형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의 수사권을 정면으로 침해한 위헌 법률이라는 점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그 핵심이 검찰청법 제4조 1항이다. 수사권 조정 당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대 중요범죄로 제한했다가 검수완박법으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개정했다. 헌법과 형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검사의 수사개시권을 ‘검찰청의 조직, 직무 범위 및 인사 등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검찰청법으로 제한한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다. 법률 체계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 규정)’은 수사권 조정 당시 검찰청법 제4조에서 규정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정하기 위해 신설한 대통령령이다. 법무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수사개시 규정 개정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시행령 쿠데타라고 반발하지만, 헌법 제75조가 규정하는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에 비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근본적으로 입법 형식이 잘못된 법률을 위장 탈당까지 강행하며 밀어붙인 민주당의 무지함을 탓해야 할까.

1995년 헌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의 ‘정부관리 기업체’ 관련 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특가법에 ‘정부관리 기업체’가 어떤 기업을 가리키는지에 관해 아무런 규정이 없고, 시행령에도 해당 기업체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을 뿐이어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이 이유다. 검찰청법도 어떤 것이 ‘부패범죄’ ‘경제범죄’인지 아무런 정의 규정이 없다. 위헌 결정된 특가법 제4조처럼 시행령인 수사개시 규정에 해당 처벌 규정을 열거하고 있을 뿐이다.

현행 수사개시 규정은 부패범죄에 의료법, 약사법 규정을 포함시키고 있고, 경제범죄에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중 수출입 목적의 소지·소유도 들어 있다. 한마디로 아무런 기준이 없다. 프랑스는 형법 제432-11조 이하에 부패범죄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공공 및 민간부문 부패, 부정청탁, 직권남용, 부당특혜부여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규정한다. 이는 부패범죄의 범위를 임의로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무의미한지를 보여준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중요범죄’의 의미는 부패와 경제범죄에 준하는 모든 중요범죄를 검찰이 수사하라는 것이다. 법무부의 수사개시 규정 개정은 문재인 정권이 파괴한 법치주의의 회복, 형사사법 시스템 정상화의 첫걸음이다. 헌재가 신속히 검수완박법 위헌결정을 내려 정치권의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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