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2011년부터 실시해오고 있는 현역병 입영문화제 행사를 통해 현역병 입영을 가족과 함께 축하하고 격려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며 “병역판정검사제도의 공정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김선규 기자
한미연습 장기간 공백 고려
소집장소·호송업무 등 체크
출산율 감소 탓 현역병 부족
모병제는 여론 수렴 거쳐야
산업기능요원制 지속 개선
반도체 전문인력 육성 협조
디지털 활용 병역면탈 방지
진로센터 3년내 6곳 추가
윤석열 정부 초대 병무청장인 이기식(65) 청장은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 프리덤 실드) 한미연합연습과 관련해 “5년여 만에 대규모로 실시되는 연습 기간 전시 병력 동원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꼼꼼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병무청 개청 이래 첫 해군 제독 출신인 이 청장은 취임 100일(20일)을 앞두고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북카페 만리서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서울·대구·광주·대전·부산·춘천 등 6곳에 설치돼 있는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를 2025년까지 수원·인천·창원·의정부·청주·전주 등 6곳에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해군 제독 출신으로 처음 병무청장에 취임하셨는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인구절벽에 따라 병역자원이 계속 감소하고 병역이행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병무행정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특별히 해군 출신으로는 처음 병무청장을 맡게 돼 막중한 사명감과 중압감을 느낍니다.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무행정을 구현하고 적극 행정을 통한 지속적 제도개선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병무행정을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실행하려는 정책은 무엇인가요.
“병무청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2가지입니다. 병역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각 군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충원해 줌으로써 국가안보와 국민복지에 기여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에 못지않게 전시에 군에서 필요로 하는 동원병력을 적시에 충원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전시에 이러한 동원체계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평시에는 동원계획과 집행절차를 확인하고 숙달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개전 초기에는 증·창설 등 부대 확장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됩니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게 동원병력을 제때 공급해주는 것인데, 개전 초기에 군이 요구하는 동원병력이 과연 제대로 소집될 수 있을지, 그리고 소집된 병력이 정해진 부대에 똑바로 갈 수 있을지 등에 대한 훈련이 확실하게 돼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몇 년 만에 실시되는 UFS의 일환으로 을지연습 준비 과정에서 전시 동원체계가 제대로 이뤄질지 점검하고자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동원계획이 탁상공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을지연습 집행과정에서 보면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수없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을지연습 공백이 길었습니다.
“충무계획에 동원체계가 나와 있지만, 몇 년 동안 연습도 안 한 상태에서 집결장소 등 환경이 도시계획에 의해 많이 바뀌었는데, 동원병력 소집장소, 교통문제부터 각 군의 전시 창설·호송부대 업무협조 문제까지 제대로 짚어보려고 합니다.”
―출산율 감소에 따라 병역자원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병무청의 대책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병역자원 충원 대책의 일환으로 의무경찰 등의 전환복무 제도를 폐지하고, 신체검사 기준을 조정하는 등 여러 조치를 했습니다. 앞으로 국방 전 분야에 인공지능(AI)을 확산시키면서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를 단계별로 구축함에 있어 병무청은 여기에 필요한 보다 우수한 병역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병역자원 부족에 따른 병력충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병력동원훈련소집이 2년 6개월 만에 재개됐는데 코로나19가 여전해 우려가 있습니다.
“예비전력 강화와 신속한 병력동원태세 확립을 위해 동원훈련이 재개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의 군부대 확산 방지를 위해 입영하는 예비군 전원에 대해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하고, 정부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실시하고 있습니다.”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가 얼마 전 부산과 춘천에도 설치됐는데, 추가 설치 계획이 있습니까.
“그동안 4개 센터(서울, 대구, 광주, 대전)를 운영해왔고 지난 7월 부산과 춘천에 추가 개소했습니다. 2025년까지 수원·인천(2023년), 창원·의정부(2024년), 청주·전주(2025년) 등 전국 6개 지역에 센터를 추가 설치해 더 많은 병역의무자가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확대 운영할 계획입니다.”
―국가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서 반도체 분야의 인력육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병무청 입장은 무엇인가요.
“산업의 핵심이자 국가 안보 자산인 반도체 분야의 인재육성 필요성에 깊이 공감합니다. 병무청도 현재의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 제도 안에서 반도체 관련 창업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기 위해 병역지정업체 선정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병역법 시행령’ 개정안을 9월 13일까지 입법예고 중에 있습니다. 반도체 관련 창업기업에 한해 지정업체 선정 기준을 석사급 연구전담인력 2인 이상에서 1인 이상으로 완화한 내용입니다. 반도체 분야 인력이 적재적소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유관부처와 협조해 반도체 분야 인력 지원을 위한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병역자원 감소 대책으로 모병제 도입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병무청 의견이 궁금합니다.
“즉각적인 모병제 도입보다는 AI 과학기술 강군 중심의 국방혁신 4.0 추진으로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하고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병역제도를 변경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의 경우 제일 중요한 것은 안보상황이며 병역자원 규모와 경제여건 등의 요소들을 고려하고 국민 여론수렴 과정 등을 거쳐 치밀하게 검토한 후 결정할 사안입니다. 그렇지 않고 섣불리 도입하면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난해 8월 병무청 입영판정검사 제도가 최초로 도입됐습니다. 코로나19의 장기 확산에 따라 입영판정검사 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제도 도입 후 귀가 대상자를 사전에 선별해 입영 시 귀가자를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2025년에는 이 제도를 전군으로 확대 실시해 귀가로 인한 학업 및 취업 지연 등 불편이 사라지게 된다면 병역의무자의 편익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이 도입된 지 10년째인데 그간의 성과가 궁금합니다. 특사경 도입에도 정신질환 위장 감면 등과 같이 병역면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와 대책은 무엇인가요.
“병무청은 병역면탈 행위 근절을 위해 2012년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해 7월 31일 현재까지 563명의 병역면탈자를 적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 중 ‘고의 체중조절’과 ‘정신질환 위장’이 각각 155건과 154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 밖에 ‘고의 문신’(101건), ‘안과질환 위장’(23건) 등이 있었습니다. 병역면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사회진출 및 경제활동 지연에 대한 두려움과 완전범죄가 가능할 거라는 기대심리 때문입니다. 점점 지능화돼가는 병역면탈을 단속하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 장비 도입과 병역면탈 조장정보 데이터 분석 등의 과학수사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 진료기록 등 유관기관 자료 연계를 통해 병역면탈을 조기에 적발하는 등 병역면탈 행위는 꼭 밝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대체역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됐는데 성과와 함께 발전방안이 궁금합니다.
“2020년 6월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출범해 올해 7월까지 2713명이 신청, 2411명이 대체역으로 편입됐습니다. 이 중 941명이 교정시설에서 복무 중입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대체역 심사를 위해 병무청 조사관들이 신청인의 삶 전반에 대해 철저하게 사실 조사를 하고, 법조인·교수 등 전문가 29명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해 공정하게 심사하고 있습니다. 심사 결과 등 위원회 운영 실적을 국민께 보고드리는 대국민 보고서를 발간·공개해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겠습니다.”
―입영을 앞둔 병역의무자들 대부분은 상반기 입영을 희망하고 있지만 모두 입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입영일자 본인 선택 제도’를 통해 입영대상자가 학업·취업 등 진로 계획에 맞춰 원하는 시기에 입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군의 입장에서는 안정적 병력운영을 위해 연중 균형된 충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두가 원하는 시기에 입영하는 데 사실상 제한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병무청과 군의 오랜 숙제이기도 한 만큼, 입영대상자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비선호시기에도 입영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 병역의무자 중심으로 입영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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