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尹 찍어내기 감찰’ 입증할 ‘박은정 지시 정황’ 3가지 보고서 확보

감찰담당관실 파견 검사 조사
1차 “직권남용죄 성립 어렵다”
2차 “직무의무위반 성립 소지”
3차엔 ‘직권남용 불성립’ 빠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 1일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의에 참석해 의견 진술을 마친 후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2020년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윤 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판사 사찰 문건 의혹과 관련해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현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이 “죄를 묻기 어렵다”는 취지의 법무부 법리검토 초안 보고서 내용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를 입증할 총 3가지 버전 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최우영)는 윤 대통령의 총장 시절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파견됐던 A 검사를 불러 조사하면서 그가 작성했던 판사 사찰 문건 관련 법리검토 보고서가 총 3가지 형태로 존재하는 이유 등에 대해 물었다. A 검사가 작성한 판사 사찰 문건 초안(1차)에는 윤 총장에 대해 직권남용죄 성립이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A 검사가 다수의 판결문 등을 검토했고, 감찰담당관실 다른 검사들에게도 함께 검토를 부탁해 내린 결론이었다. 이후 박 전 감찰담당관의 지시로 직권남용죄 성립은 어렵지만 직무상 의무 위반은 성립될 소지도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2차)가 작성됐다고 한다. 하지만 3차 보고서에는 1·2차 보고서에 있던, 직권남용죄 성립이 어렵다는 내용이 빠졌다고 한다. A 검사는 윤석열 검사징계위원회에 해당 보고서 전체를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검찰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 내용과 실제 법무부 법리검토 보고서가 충돌하자 이를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20년 11월 26일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을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죄가 안 된다는 법무부 법리검토 보고서와 법무부의 수사 의뢰가 양립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버전으로 작성된 보고서의 존재는 부당한 수사 의뢰를 증명하는 것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판사 사찰 문건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전달된 경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판사 사찰 문건은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심재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최근 A 검사를 불러 당시 판사 사찰 문건을 입수한 경위에 대해선 묻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정선·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