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 아닌 나폴리 대중가요…‘나의 태양,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다

■ 이 남자의 클레식 - 디 카푸아 ‘오 솔레 미오’

출판된 악보로 전해져 내려와
민요로서의 조건 갖추지 못해

1898년 우크라 오데사 여행중
창틈 봄햇살에 영감 받아 작곡

전설의 테너 카루소,음반 취입
비로소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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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속담에 “나폴리를 보고 난 후 죽어라(Vedi Napoli, e poi muori)”란 말이 있듯이 나폴리는 지중해를 대표할 만한 매우 아름다운 도시다. 나폴리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호주의 시드니와 함께 3대 미항으로 꼽힐 만큼 수려한 자연풍광을 자랑하며 전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탄생시킨 미식의 도시이기도 하다. 또 나폴리의 오페라 하우스 ‘산 카를로 극장’은 밀라노의 ‘라 스칼라’, 로마 오페라 하우스와 함께 이탈리아의 3대 오페라 하우스로 꼽히는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음악애호가들에게 나폴리를 상징하는 것 중 단 하나만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나폴리 민요 ‘오 솔레 미오’를 들 것이다.

나폴리 민요 ‘오 솔레 미오’는 별도의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친숙한 곡이다. 가장 유명한 이 ‘칸초네 나폴레타나’(Canzone napoletana)는 시인 조반니 카푸로(Giovanni Capurro)가 노랫말을 쓰고 에두아르도 디 카푸아(Eduardo di Capua)가 곡을 붙였다. 흔히 ‘오! 나의 태양’으로 번역되곤 하는데 사실 맨 앞의 O는 감탄사 ‘오!’가 아닌 이탈리아어의 정관사 il과 같은 의미의 나폴리 방언이다. 이탈리아 표준어로는 Il mio sole이고 엄밀히 번역하자면 ‘오! 나의 태양’이 아닌 ‘나의 태양’인 셈이다. 노랫말 전체가 나폴리 방언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이탈리아 사람들도 나폴리어 사전 없이는 해석이 어렵다.

나폴리 민요라는 표현 대신 필자가 굳이 ‘칸초네 나폴레타나’라고 어렵게 부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엄밀히 보자면 ‘오 솔레 미오’를 민요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노래의 후렴구 ‘나의 태양, 영원한 사랑. 그댈 만나 장미꽃 사랑이 내게로 온 것 같아요’의 노랫말을 살펴보면 나폴리 지방의 특색이나 민중의 생활상에 대한 묘사 대신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 사전적 정의로 민요는 작자가 미상이어야 하며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워 정확한 악보 없이 구전으로 전해지는 노래를 뜻한다. 그런데 ‘오 솔레 미오’는 버젓이 작사·작곡자의 이름이 프린트돼 출판된 악보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니 민요로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작곡 배경에 있다. 작곡가 디 카푸아는 1898년 우크라이나의 도시 오데사(Odessa)를 여행하게 되는데, 우리가 상상했던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이 아닌 창문 틈새로 드리워진 우크라이나에서의 아름다운 봄 햇살에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디 카푸아는 이 곡을 ‘타볼라 로톤다’ 가요제에 출품하지만 2등에 그치고 만다. 그러나 나폴리 출신 전설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가 음반을 취입하며 비로소 전 세계에 널리 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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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민요 중 ‘오 솔레 미오’만큼 유명한 곡으로 데 쿠르티스(Giambattista de Curtis)의 ‘돌아오라 소렌토로’(Torna a Surriento)가 있다. 이 곡 역시 우리의 상상을 뒤엎는 작곡 배경을 가지고 있다. 1902년 이탈리아의 총리가 나폴리를 방문해 임페리얼호텔에 머물게 됐다. 나폴리 시장은 이 호텔의 사장이기도 했는데 총리를 호텔에서 극진히 모시는 것만으로는 맘이 놓이지 않아 황급히 작곡자 데 쿠르티스를 호텔로 불러들인다. 그에게 시장의 환송을 위한 곡을 의뢰하게 되고, 그렇게 급하게 작곡된 곡이 바로 ‘돌아오라 소렌토로’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부르는 듯한 애절한 뉘앙스의 이 곡이 실은 ‘총리님께서 부디 나폴리를 다시 찾아주시기를 바란다’는 아부의 마음을 담은, 의전용 노래인 것이다. 환송회에서 불리고 난 후 이 곡은 피에디그로타(Piedigrotta) 가요제에 출품돼 입상하게 된다. 우리가 지금처럼 나폴리 민요로 알고 있던 노래들은 사실 나폴리의 생활상을 담은 구전 노래가 아닌 나폴리에서 열렸던 가요제에 출품돼 사랑받고 유명해진 대중적인 노래, 칸초네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