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최대 5000명?’...인신매매·장기적출 조직에 대만 술렁

취업 미끼에 혹해 동남아로 출국한 대만인들
현지서 감금 및 강제노동…장기적출 정황도
대만 정부, 특별수사본부 구성해 수사 착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만인들을 동남아 지역으로 유인해 인신매매를 하는 대규모 조직의 존재가 드러난 가운데 관련자들이 대만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대만 내정부 페이스북 캡처

대만인들을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로 유인해 인신매매하거나 장기적출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규모 조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대만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25일 대만 내정부(내무부)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신매매 조직에 속아 캄보디아나 미얀마 등으로 출국했다 행방이 묘연해진 대만인은 최대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해외 취업 등을 미끼로 한 유인에 속아 인신매매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내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페이스북 등을 통해 “내무부와 노동부, 외교부 등은 피해자가 해외 체류하면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범죄 소탕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인신매매 조직은 구인 광고 등을 통해 범죄 대상자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에는 “(동남아 지역의) 중국어 사용 지역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무경험자도 상관없다”며 “기본적인 PC 사용법을 알면 되고 급여는 최소 2500달러”라는 식의 허위 내용이 게재돼 대상자들이 유혹에 빠지게 한다.

특히 대만 언론 TVBS는 미얀마의 카렌족 자치구 내에 있는 ‘KK단지’라는 곳이 인신매매 조직에 속아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 어려운 ‘인간 연옥’ 같은 곳이라고 보도했다. 인신매매 조직이 카렌족 군벌과 결탁해 KK단지를 운영해 왔으며 4ｍ 높이의 담장으로 둘러싸인 단지 외곽은 무장한 카렌족들이 지키고 있어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곳에 감금된 대만인들은 주로 본국의 또다른 대만인들을 대상으로 스팸메일을 발송하거나 전화 광고로 동남아에 좋은 일자리가 있으니 오라고 유인하는 일을 맡게 됐다. 이들은 매달 15~20명의 유인 할당량을 받게 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폭행 등의 보복을 당했다고 생존자들은 전했다.

최악의 경우 KK단지나 캄보디아 시아누크빌로 끌려가 산채로 장기 적출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대만 언론은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따르면 인신매매단은 심장 11만9000달러, 간 15만7000달러, 두피 607달러 등으로 신체 부위별로 가격을 매겨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정부도 관련 사건을 인지한 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일부 대만인 구출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직 300명 이상의 피해자가 현지에 감금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홍콩과 마카오, 베트남 경찰들도 억류된 대만인들을 구출하고 인신매매단을 체포하기 위해 나섰다고 전했다. 게다가 대만과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도 대만인을 구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과 외교 관계가 없는 캄보디아의 중국대사관은 대만인들의 피해가 보도되자 “대만 동포들은 중국인들이니 어려움이 있으면 대사관에 연락하라”고 공지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