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절차 정당성 결여된 ‘이재명방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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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08-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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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더불어민주당이 ‘퇴행적 사당화’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려는 시도가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는 ‘권리당원 전원 투표 우선’(제14조 2항) ‘기소 시 직무정지’(제80조) 등이 담긴 당헌 개정에 나섰다. 세부적으로, 당의 최고 의사결정 방법으로 ‘권리당원 전원 투표’가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우선한다는 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이 경우 세칭 ‘개딸’이라는 강성 팬덤이 당의 중요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이에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민주당이 아니라 개딸 정당이 될까 봐 무섭다”면서 “민주당이 민심과 고립된 성에 갇히는 결과가 나올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당헌 제80조 1항은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제80조 3항을 개정해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는 경우 당무위 의결을 거쳐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발췌 개헌’ 같은 꼼수다. 구제 주체를 외부 인사가 다수인 중앙당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 대표가 의장인 당무위로 바꿔 ‘셀프 구제’를 가능토록 했기 때문이다. 결국, 당 대표 선출이 유력한 이재명 후보가 기소되더라도 대표직 유지를 돕는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많다.

논란 속에 당 지도부는 당헌 개정을 추진했으나, 중앙위원회는 24일 예상을 깨고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그러자 지도부는 부결된 제14조 2항 내용만 삭제한 뒤 26일 중앙위에서 ‘이재명 방탄’ 논란 당헌 제80조 개정안을 그대로 재투표하기로 했다. 이런 태도는 정도와 상식에서 벗어난 반민주적 행태다.

무엇보다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 당의 근간인 당헌을 개정하는 데 충분한 당내 토론과 의견 수렴이 없었다. 민주당 당규상 중앙위 소집에는 5일이 필요한데 중앙위의 개정안 부결 이틀 만에 중앙위를 다시 소집한 것은 명백히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한, 특정 인물 방탄용으로 당헌을 개정한다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고, 과거 문재인 당 대표가 내놓은 혁신안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최근 민주당은 민생과 협치도 외면하고 있다. 가령, 대선과 지방선거 때 약속했던 ‘1주택 종부세 완화안’을 부자 감세라고 반대하고, 당내 강경파들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여야중진협의회 설치에도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는 25일 내부 평가 보고서를 냈다. 핵심 내용은 “여야 입장이 바뀔 때마다 ‘싸움을 위한 싸움’과 내로남불 식 비판에만 열중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힘과의 차별성을 없애고 정치 혐오만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당의 노선·정책·태도·조직과 운영에서 대대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향후 선거에서도 아깝게 계속 패배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이기는 민주당’이 되기 위해선 크게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다.

민주당 지도부에 묻는다. 이번 당헌 개정과 당 대표 경선이 당의 폐쇄성을 없애고 세대교체를 위한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도 없고 ‘민주’도 없기 때문에 5년 만에 정권을 뺏긴 것이다. 단언컨대, 민주당이 ‘나홀로 이재명당’으로 간다면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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