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스포츠’ 선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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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투표사이트 ‘더 탑텐스’가 실시한 ‘역대 최고의 운동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투표 결과, 마이클 조던(사진)이 1위로 꼽혔다. 2위는 복싱의 전설 무하메드 알리였고 3위는 ‘아이스하키 황제’ 웨인 크레츠키가 꼽혔다. 농구 중 2위인 르브론 제임스는 전체 12위였다.
농구를 넘어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GOAT·Greatest Of All Time) 마이클 조던은 ‘농구의 황제’ 혹은 ‘농구 그 자체’로 불린다. 그는 당연히 남다른 커리어를 자랑한다. NBA 6회 우승과 파이널 MVP 6회, 정규시즌 MVP 5회, 득점왕 10회 등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대기록이다. 성취를 이룬 과정도 영웅적이다. 조던은 시카고 1984년 데뷔해 부상을 입었던 두 번째 시즌을 제외하고 내리 득점왕을 했다. 또 첫 3연속 우승(1991~1993년)을 거둔 뒤 “농구에서는 더 이룰 게 없어 야구를 하겠다”며 은퇴했다가 1년 반 만에 다시 농구 코트로 돌아와 또 3연속 우승(1996~1998)했다. 영화로 만들어도 욕먹을만한 스토리 전개다.
◆‘꼰대’이자 ‘능력 만능주의자’였던 조던
그러나 위대한 선수에게도 흠결은 있었던 모양이다. 조던은 꼰대이자 악독한 리더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마이클조던: 더 라스트 댄스’에 따르면, 조던과 함께 훈련했던 불스 멤버들은 훈련 시간을 ‘지옥 같았던 시간’으로 회상하곤 한다. 조던이 툭하면 상스러운 욕을 박아댔기 때문이다. 이유는? 팀원들이 본인보다 농구를 못해서였다. 이후 자연스럽게 시전되는 ‘라떼는 말이야’와 인신 모욕은 그의 인성을 의심케 한다. 감독도 그를 말리지 못한다. 필 잭슨 감독이 조던을 가라앉히려 하자 조던은 도리어 더 격분해 왜소한 선수에게 시비를 걸고 주먹을 날린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물음에 조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정도도 못 견디면 NBA 플레이오프도 못 견딘다”고.
조던은 한편으로는 ‘농구만 잘하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다’는 능력 만능주의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팀원이었던 ‘악동’ 데니스 로드맨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로드맨은 별명처럼 제멋대로 구는 악동이었다. 훈련에 지각하는 건 당연한 일. 경기 중 자신을 찍던 카메라맨을 발로 차고, 결승전 기간 도중 행방불명되더니 프로레슬링 무대에서 깜짝 등장하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불스에 오기 전 조던을 대놓고 다치게 하는 전술을 썼던 ‘나쁜 녀석들’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의 멤버기도 했다. 여러모로 꼰대이자 악덕한 리더 조던이 용납할 수 없었을 인물 같지만, 조던은 매번 적당히 로드맨을 제어하는 수준에서 그를 사실상 방치했다. 왜? 로드맨이 농구를 잘했기 때문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clip20220703142441 데니스 로드맨(왼쪽)과 마이클 조던
◆가장 위대한 선수의 ‘악덕했던’ 리더십
학자 화이트와 리피트(R.K. White & R. Lippitt)의 분류에 따르면 조던의 리더십은 ‘권위형 리더십’으로 분류된다. 지도자가 조직의 의사나 정책을 혼자서 결정하고 부하들로 하여금 자신을 따라오게 하는 리더십의 유형이다. 쉽게 말해 ‘닥치고 따라오라’는 리더십이다. 역사에서 종종 확인할 수 있었던, 일부 성취를 이뤄낸 군주·독재자의 리더십이기도 하다.
그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였다고 해서, 그의 일부 악덕했던 꼰대질(?)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요즘 세상에는 더 그렇다. 리더십을 거칠게 나누자면 ‘앞에서 이끄는’ 리더십과 ‘뒤에서 밀어주는’ 리더십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작금의 시대정신은 후자가 맞는다고 가리키고 있다. 시대정신이란 거창한 단어를 써서 그렇지, 결국 요즘은 ‘뒤에서 밀어주는’ 리더십을 보여야 먹힌다는 뜻이다. 뒤에서 밀어주는’ 리더십은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 등으로 치환될 수 있겠다.
물론 어떤 형태의 리더십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에 따라’ 리더십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번트 리더십형 리더라도 자신의 개인사로, 혹은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인다면 리더십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권위형 리더라도 ‘이 사람은 이럴 때만 화를 낸다’는 식의 원칙이 확립된다면, 팀원의 상명하복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조던이 그렇게 악덕하게 굴었는데도 모두가 따르는 리더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농구로만’ ‘실력에 관해서만’ 화를 내고 갈구는 리더였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농구 해도 나는 마이클 조던과만 뛸 것이다”. 한때 “조던이 팀 동료들을 정신적으로 구타했다” “내가 조던보다 훨씬 더 나은 팀 동료”라고 했던, ‘시카고 불스 제국’의 2인자 스카티 피펜이 한 말이다.
송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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