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목소리’ 사상 최고의 소프라노

■이 남자의 클래식-마리아 칼라스

우아한 외모·기품있는 카리스마
메조 소프라노 음역도 완벽 소화
1950년대 풍미한 글로벌 스타

우아한 외모와 기품 있는 카리스마, 생전에 이미 ‘라 디비나’(살아있는 여신)라 칭송받으며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인 밀라노의 라스칼라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노래한 소프라노. 콜로라투라(화려한 장식음을 부르는)부터 드라마틱(어둡고 풍부한 성량으로 노래하는)에 이르는, 심지어 메조소프라노 역할의 저음역마저도 팔색조 같은 목소리로, 그것도 최고의 수준으로 노래해 낸 음악사상 가장 위대한 성악가가 있다. 바로 그리스 출신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사진)다.

칼라스는 1923년 뉴욕 맨해튼에서 그리스 이민자 부부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약국을 경영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어머니는 어린 칼라스에게 비범한 음악적 재능이 있음을 발견한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음악 교육을 시켰고 칼라스는 뉴욕에서 열린 어린이 노래경연대회에서 입상하며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칼라스의 부모는 이혼하게 되고, 그녀가 14살이 되던 1937년 어머니와 함께 모국인 그리스로 귀국하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인 1938년 그리스 음악원에 입학한다. 칼라스의 목소리는 당시에도 소프라노라고 하기엔 약간은 어둡고 굵은 음색이었는데,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음악원에서 벨칸토 창법과 음역대를 넓히기 위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6살이 되던 1939년엔 다시 아테네 음악원에 입학해 소프라노 엘비라 데 이달고에게 콜로라투라 창법을 전수받으며 소프라노로서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졸업과 동시에 그리스 국립 오페라단의 비상근 단원으로 입단해 겨우 19살의 나이에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의 토스카 역으로 데뷔하고 2년 뒤인 1944년엔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에서 레오노레를 노래하며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게 된다. 1945년 22살의 칼라스는 그녀의 오페라 커리어를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자, 이탈리아로 향한다.

1947년 이탈리아 베로나에 도착한 칼라스는 ‘라 조콘다’를 성공적으로 공연하며 호평받게 된다. 그리고 이때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바로 훗날 그녀의 남편이 될 28살 연상의 사업가 메네기니였다. 오페라 ‘라 조콘다’ 공연에서 칼라스를 보고 한눈에 반한 그는 곧장 칼라스의 후원자이자 에이전시가 되길 자청했다. 그는 오디션 준비를 위해 칼라스에게 오페라 코치를 붙여주는 한편 그녀를 무대에 세우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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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1947년 12월, 칼라스는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이듬해 1월에는 ‘투란도트’를 성공적으로 공연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49년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는다. 27살이 되던 1950년 칼라스는 드디어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아이다로 데뷔하고 2년 뒤인 1952년엔 EMI와 리코딩 계약을 맺는다. 이로부터 약 10년간 그녀는 글로벌 스타의 반열에 오르며 명실상부 전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로 등극하게 된다. 그녀는 생전 오페라에서 46개의 배역을 노래했으며, 20개의 오페라 전곡을 녹음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