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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2년 09월 06일(火)
“프리즈 왔다가 키아프 주목… K-미술, 亞중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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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의 박여숙화랑 부스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김창열, 윤형근, 박서보 화백의 그림과 권대섭의 도자기 작품의 어우러짐을 통해 한국의 미(美)를 강조했다.


■ ‘프리즈 서울’ 어제 폐막… ‘키아프’는 오늘까지 열려

첫날 ‘프리즈’에 고객 몰렸다
이후 ‘키아프’ 국내화랑 성황
박서보 화백 고가그림 팔리고
해외서 국내작가 자료 요청도

“서울의 힘 놀랍다”호평에도
두 페어 역량差 좁히기 과제


서울 코엑스에서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공동 개최됐던 영국 아트페어 프리즈(Frieze)가 5일 폐막했다. 키아프는 하루 늦게 6일 마무리한다. 각기 4일씩 행사 기간이 짧았으나, 그 여운은 길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미술계가 온통 서울의 미술장터를 주목했기 때문이다. 프리즈 측은 첫 서울 행사가 예상보다 더 큰 성황을 이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고, 키아프 측은 세계 정상급 아트페어를 자극제로 삼아 아시아 미술의 중심국가로 부상하겠다는 도전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프리즈의 학고재 갤러리 부스. 류경채, 포킴, 하인두 등 한국 현대미술 선구자들과 함께 여성주의 미술 거장인 윤석남 작품을 소개해 국내외 수집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두 페어 비교됐지만 시너지 효과 뚜렷 = 개막 첫날, VIP 고객들은 프리즈에 쏠렸다. 키아프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황소 개구리’ 프리즈에 우리 시장만 내주는 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듯싶었다. 그러나 일반 관람객이 입장하는 이튿날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프리즈에 여전히 수집가와 관객이 몰리면서도 키아프를 찾는 발길도 붐볐다. 일요일인 4일에는 관람객끼리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키아프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의 황달성 회장은 “관객이 너무 몰려서 공동 티켓을 운용하는 프리즈 측과 협의해 매표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두 페어가 극명하게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프리즈는 서울에 처음 온 스위스의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를 비롯해 영국 리슨, 독일 타데우스 로팍, 미국 글래드스톤 등이 첫날부터 수십억 원대 작품들을 속속 팔았다. 프리즈 측이 총 집계액을 공개하진 않지만, 한 관계자는 “6000억∼80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에 키아프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대하면서도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다. 워낙 체급 차가 큰 탓이다. 양쪽에 다 참여한 국내 대형 화랑들의 프리즈 매출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가 미정인 이유도 있다.

국내외 큰손들이 프리즈에서 작품을 구입하느라 키아프에서의 구입 여력이 줄어든 것이 분명하다. 키아프에서는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값이 싼 작품들을 매입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총 매출은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프리즈에 왔다가 키아프에 들러서 한국 작품들에 관심을 보인 국내외 수집가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 각 화랑의 전언이다. 박여숙화랑의 박여숙 대표는 “키아프와 프리즈 공동 개최 시너지 효과를 부스 현장에서 절감했다”며 “박서보 화백의 고가 그림을 이번에 팔았다”고 전했다.

프리즈와 키아프에 모두 초대된 학고재 갤러리의 우찬규 회장은 “프리즈에 온 해외 수집가들이 키아프에도 들러서 국내 우수 작가들을 눈여겨봤기 때문에 그 시너지 효과는 앞으로 더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학고재의 경우, 키아프 부스에 있던 박종규 작가의 작품을 외국 미술관 관계자들이 주목하며 구매를 위한 자료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아시아 중심국가 떠올랐으나 과제 만만찮아 = 이번에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한 상태에서 아트페어를 치르기 때문에 그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수집가와 관객의 열기가 폭발하면서 그런 걱정은 말끔히 씻겼다. 해외 갤러리스트들은 “서울의 힘이 놀랍다”는 반응을 이구동성으로 내놨다. 그동안 아시아 미술의 중심이었던 홍콩이 그 위상을 잃으려는 시기에 한국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그 자리를 대체했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가 “서울 아트페어 실적이 프리즈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제칠 것”이라고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세계 미술계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힘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한국 작가들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숯의 화가’ 이배처럼 불티나게 팔리는 작가도 등장했으며, 배혜윰 등의 신진 작가도 주목을 받았다.

프리즈에 시장을 내줄 위험성이 있음에도 과감한 도전을 통해 우리 미술의 세계화를 꾀하겠다는 키아프의 도전이 성공한 셈이다. 세계 미술계 중심인물들이 서울에 모여서 키아프- 서울의 성공을 지켜봤다는 것은 한국 예술사에 남을 일이다.

그러나 첫해의 성과에 자족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번에 두 페어의 역량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는데, 그 차이를 메워가야 앞으로의 공동 개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프리즈의 부스 중 관객들이 유난히 길게 줄을 선 로빌란트&보에나, 리처드 내기, 애콰벨라, 글래드 스톤 갤러리 등은 세계 미술사 걸작들을 대거 선보였다. 그 덕분에 갤러리 이름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컸다. 한국 화랑들이 그런 단계에까지 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으나, 우리 미술의 과거-현재-미래를 통찰함으로써 세계에서 통할 만한 작가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성장시키면서 앞으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키아프 조직위원장인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이 “앞으로 신진 작가 발굴을 돕고 싶다”고 한 것은 그런 점을 직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칭 ‘이건희 미술관’을 지으려고 하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내년 프리즈와 키아프 서울 개최지로 빌려줄 의향이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키아프 측은 “그 제안이 성사된다면 코엑스를 주 무대로 삼고, 송현동을 보조 무대로 해서 아트페어 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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