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옆 아파트인데 모래주머니 없어…‘비상 매뉴얼’도 부재

  • 문화일보
  • 입력 2022-09-07 11:22
  • 업데이트 2022-09-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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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참사’ 왜 커졌나
지하 주차장 배수 시설 부족해
차 뒤엉킨새 순식간 물 차올라
냉천 범람 피해 해마다 되풀이
지자체 재난 대비책 마련 시급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7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쏟아낸 폭우로 침수됐던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 = 이예린·박천학 기자, 박영수·송유근 기자


7일 오전 ‘지하주차장 침수 참사’가 발생한 포항 남구의 한 아파트 입구와 아파트 단지 길바닥은 진흙으로 가득했다. 참사 현장인 지하주차장에는 전날에 이어 배수 및 수색 작업이 전방위로 진행됐다.

박치민 포항남부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6시 30분과 7시 20분, 낮 12시 30분쯤에 총 110명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7시 41분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소방·경찰·시청·군·해경 인원 378명, 동력소방펌프와 소방차를 포함한 장비 60대가 동원됐다.

이날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안에 방치된 차 문을 일일이 수색하고 있다. 소방 등 구조당국은 수색자들이 일렬로 서서 훑으며 지나가는 저인망식으로 주차장을 탐색하고 있다. 현재 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2명이 구조되고 7명이 숨졌는데 추가로 구조자가 발견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차 문을 열 수 있으면 열어보고, 못 열면 유리창을 깨기도 한다”며 “웬만하면 랜턴을 비춰 내부를 살피고, 차량 하부를 더듬어 확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예찬(28) 해병대 중위는 “눈삽과 서까래로 흙을 배수구 쪽으로 밀고, 갈퀴를 사용해 배수구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 전문가들은 침수 방지시설 부재, 지자체의 관련 지침 부재 등이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사고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재난 매뉴얼 부재가 꼽힌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차를 지하주차장에 대지 말라는 공지는 아파트 관리실 차원에서 비가 오기 전에 선행했어야 하는 문제”라며 “이미 물이 찬 상태에서 빼라는 건 잘못된 조치”라고 말했다. 이는 지자체의 매뉴얼 부재와 크게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 상황 관련 매뉴얼이 없었다고 들었다”며 “지자체가 책임지고 매뉴얼을 정비하고 제작해서 배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축 아파트의 배수 시설·구조 시설 부재도 원인으로 꼽힌다. 1995년 지어진 이 아파트에 적절한 배수 시설이 없어 유입된 물을 배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하성 교수는 “도심의 경우 주차 공간 부족 등으로 지하를 깊게 파 주차장을 만드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지하 공간 방수와 배수 용량 확보 관련 법·제도는 사실상 전무하다”며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소급적용해 이미 지어진 아파트도 모두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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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냉천의 범람’이라는 지리적 특성도 있다. 해당 아파트 옆으로는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냉천이 나란히 흐르고 있다. 냉천에서 범람한 물이 도로보다 낮은 지대에 있던 아파트 단지 주차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구조이지만 물을 막을 모래주머니도 없었다. 이에 따라 주차장에 내려간 피해자들이 수압으로 차 문을 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간 포항시는 해마다 남구 오천읍을 관통하는 냉천의 범람으로 홍수 피해를 입어왔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이번 사고 관련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68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은 실종자 수색 작업이 끝나는 대로 배수 시설에 문제가 있는지, 관리사무소의 대응은 적절했는지 등을 조사해 사고 원인을 파헤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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