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남편과 사별한지 5년…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우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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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사별한 지 5년째예요. 아이를 다 키운 다음이었지만 50대에 사별했으니 힘들었어요. 그래도 우울한 채로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원래 하던 일도 하고, 취미생활과 종교활동을 통해서 즐겁게 지내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도 명절 연휴가 되면 각자의 가족을 찾아서 떠나니 명절이 다가오면 외로움 때문에 괴롭습니다.

자녀들은 속 썩이지 않고 착하게 컸지만 한 명은 결혼해서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한 명은 의료인인데 명절 연휴마다 응급실에서 당직근무를 서요. 그러니 명절 기분을 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이 없어졌으면 싶고, 차라리 며느리로 시댁에서 음식 만들고 제사 지내던 때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은 다들 즐거운 명절인데 저만 외로워집니다.

A : 연휴 함께 보낼 만한 주변 사람에게 손 내밀어 보세요

▶▶ 솔루션

우리 기억 속에는 명절에 대가족이 모여서 지내던 과거가 남아 있습니다. 단순히 떠올리면 북적거리면서 사람들이 웃는 행복한 장면이지만 그렇게 가족이 모이는 순간을 위해 자기의 시간과 감정을 희생해야 하는 며느리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차례상은 성균관에서도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정도입니다. 그런 차례상을 위해 며칠간 애를 쓴 어머니들의 수고가 있었습니다. 현재와 너무 대비되는 모습이다 보니 혹시 그 당시 기억 중에서 행복한 것만 떠올리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울감이 깊으면 과거의 내 행동에 대해 자책하거나 부정적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 이렇게 가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할 때 과거가 무조건 더 좋았던 것처럼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명절 문화가 매년 달라지고 있는 요즘, 예전처럼 전통적인 명절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과거와 다른 명절을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 같이 고속도로 정체를 견디면서 고향으로 가던 1980년대와 달리, 지금은 어떤 집에서는 해외여행을 가고 어떤 집에서는 여전히 제사를 지내기 때문이죠. 꼭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습니다. 예전 잣대로 “혼자 보내는 것은 명절이라서 특히 더 외롭다”라는 생각에서는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은 내 처지에 대해 불만족스러울 때 타인과 비교를 더 자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교하려면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타인들도 각자 다양한 삶을 삽니다. 즉 비교하더라도 나 외에 ‘다른 사람들’ 또는 ‘남들’로 묶어서 비교하면 더 우울해집니다. 명절을 혼자서 지내는 사람이 많은데도 서로 폐가 될까 봐 약속을 잡거나 다른 제안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사별 후에 갖가지 활동으로 잘 극복했던 적극적인 모습이라면 명절 연휴에 함께 시간을 보낼 만한 주변 사람이 있는지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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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