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한 ‘달의 여신’… 정치개입·관료주의가 발목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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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흔들리는 아르테미스 계획

2번의 연기
‘아폴로’ 이후 50년만에 진행된
美 나사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1차 엔진 냉각시스템 문제 이어
2차 연료까지 누출 10월 재도전

‘돈 낭비’ 비판
정치권 휘둘려 중단·재개 반복
의회 맘대로 “상원발사체” 조롱
매주 재사용 로켓으로 발사하는
“민간보다 10년 뒤처진다” 평가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여 년 만에 다시 달에 발을 내디디려는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가 첫 단계부터 벽에 부딪혔다. 8월 29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우주발사체(SLS·Space Launch System) 로켓 발사가 엔진 냉각시스템 이상 등으로 연기된 데 이어 지난 3일 두 번째 발사 시도 역시 연료 누출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취소됐다. 나사(미 항공우주국)는 3차 발사 예정시한이었던 5일 발사를 포기해 빨라야 10월 하순에나 발사 재시도가 가능할 전망이다. 스페이스X 등 민간우주산업 분야에서 재사용 가능한 로켓이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한 번 발사에 41억 달러(약 5조6317억 원)가 들어가는 1회용 SLS 로켓의 발사마저 연거푸 지연되면서 향후 나사가 계획 중인 각종 프로젝트에 적신호가 켜졌다.

7일 CNN 등에 따르면 나사는 지난 3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의 39B 발사대에서 아르테미스Ⅰ 미션을 위한 SLS 로켓 발사가 두 번째로 취소되자 향후 최소 몇 주간 발사 시도를 접고 연료 누출 등 문제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높이 98m, 무게 2500t의 SLS 로켓이 수리 정비를 위해 발사체 조립동으로 이동할 경우 발사창(launch window)으로 불리는 다음 발사 가능 시간대는 오는 10월 17일부터 31일까지다. SLS 로켓에 실려 이륙 후 달로 향할 오리온 우주선(캡슐)이 동력원인 태양광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 기간이기 때문이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발사 실패보다 연기하는 비용이 훨씬 적다며 “우리는 로켓 발사가 옳다고 생각될 때까지 발사하지 않는다. 안전이 최우선인 우주 프로그램 일부로 본다”고 말했다. 1986년 우주왕복선을 탔던 우주비행사 출신 넬슨 국장은 “나는 네 차례나 발사가 연기됐다. 한 달 동안 지연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구형 엔진 개조에 천문학적 비용 쏟아부었지만 결함으로 계속 지연=8월 29일 예정됐던 SLS 로켓의 첫 발사 시도는 발사 직전 로켓의 4개 엔진을 냉각시켜 발사에 필요한 최적온도를 구현하는 냉각시스템 이상과 연료 공급 중 발생한 다양한 누출 현상 등으로 취소됐다. 이후 나사 측은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며 5일 뒤인 9월 3일 두 번째 발사에 나섰으나 이번에는 발사 7시간 전 연료주입 과정에서 액체수소 누출 현상이 확인됐다. 발사 재연기를 막기 위해 3차례에 걸쳐 해당 부위 봉합을 시도했으나 누출 현상이 재발하자 결국 취소 결정을 내렸다.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 사용된 새턴Ⅴ 로켓보다 15% 강력한 4000t의 추력을 자랑하는 SLS 로켓은 거듭된 실패 끝에 지난해 엔진 성능평가에서 8분 이상 정상작동해 합격점을 받았지만 최종 발사 직전 문제가 재발한 셈이다. 우주비행사 대신 인간형 마네킹 3개를 태우고 달 궤도를 비행하는 아르테미스Ⅰ 미션은 2024년 예정된 유인 달 궤도비행(아르테미스Ⅱ) 전에 진행되는 유일한 SLS 로켓 발사인 탓에 나사는 이번 비행에서 문제점·오류를 모두 바로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SLS 로켓 개발 과정에서 주요 부품은 새로 개발된 게 아니라 예전 부품들을 그대로 활용했다. 특히 핵심인 4개 엔진의 경우 1970년대 개발돼 1980년대 우주왕복선에 쓰인 에어로젯 로켓다인 RS-25 엔진을 개조했다. 하지만 당초 2017년까지 100억 달러를 들여 완료하기로 했던 SLS 로켓 개발 일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현재까지 SLS 로켓 개발에 투입된 총비용은 230억 달러에 달하고 오리온 우주선과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기타 개발비용까지 모두 더하면 나사가 여성·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기로 한 2025 회계연도까지 약 930억 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다. 나사 측 감사관은 SLS 로켓을 한 차례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이 2013년 추정했던 5억 달러보다 8배 이상 많은 4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치권 이해관계·관료주의 따른 비효율로 ‘거대한 돈 낭비’ 비난=2003년 컬럼비아호 참사 이후 2010년까지 모든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4년 달 재착륙 계획인 콘스텔레이션 프로젝트를 입안했다. 하지만 수년간에 걸친 비용 초과, 일정 지연 등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우리는 전에 그곳에 가본 적 있다”며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의회는 대통령 결정에 반대하고 나사가 SLS로 이름을 바꾼 로켓 개발을 승인했다. 또 나사 요청보다 22%나 더 많은 연평균 3억3500만 달러 예산을 추가 지원했다. SLS 로켓 개발이 2만5000개 일자리를 유지하고 47억 달러 규모의 경제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었다. 특히 상원 세출위원장을 오랫동안 지낸 리처드 셸비(공화) 의원의 고향 앨라배마주에 마셜우주비행센터를 배치하고 일자리 1만3000개, 24억 달러 투자를 몰아줬다. 셸비 의원은 2019년 짐 브리든스타인 당시 나사 국장이 SLS 로켓 개발에 1년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보고에 격노해 민간 우주로켓으로의 대체 계획을 내놓자 결사반대해 결국 포기하게 만들었다. SLS 로켓이 일부에서 우주발사체라는 이름 대신 상원발사체(Senate Launch System)로 조롱받는 이유다.

나사가 SLS 로켓 개발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었지만 첫 발사가 연이어 취소되면서 미국 내에서 비효율적인 SLS 로켓 대신 민간 우주로켓 활용 주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이 로켓 재사용으로 발사비용을 대폭 줄인 것과 달리 발사당 평균 41억 달러가 들어가는 SLS 로켓은 한 번 사용 후 버려진다. 발사 빈도 역시 스페이스X는 거의 매주 우주선을 쏘아 올리지만 나사는 SLS 로켓이 2~4년에 한 차례 발사될 것이라고 밝혀 임무 수행의 안정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애덤 민터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SLS가 일정 지연, 예산 낭비를 하는 동안 민간우주기업들은 10년 이상 앞서갔다”며 “나사의 아르테미스 로켓은 거대한 돈 낭비”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넬슨 국장은 “스페이스X 스타십이나 다른 대형 로켓들은 아직 개발 단계”라며 “SLS는 현재 우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유인 로켓이다. 그것은 전에 인간과 함께 모험했던 어떤 곳보다 더 멀리, 더 깊은 우주로 갈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