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2.9.25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22년 09월 17일(土)
둘리·덕선이, 그리고 기훈씨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두 주인공 성기훈(이정재)과 조상우(박해수)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서울 북단에 위치한 동네입니다. 서울 내에서 비교적 개발이 늦고 집값도 뒤늦게 오른 노·도·강의 한 축이죠.

그런데 쌍문동은 한국의 대중문화사적으로 깨나 중요한 동네입니다. 40대 중반은 기자의 추억 속 쌍문동은 ‘아기공룡 둘리’에서 시작되죠. 갈 곳 없는 둘리가 사는 곳이 바로 쌍문동 고길동 씨 집인데요. 어릴 때는 고 씨가 꽤 심술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순진한 둘리를 못살게 굴기 일쑤였으니까요. 하지만 가장이 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고뭉치인 둘리, 도우너, 또치 등 객식구를 아무 조건없이 거둬 먹이는 고 씨는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선두주자나 진배없죠.

쌍문동이 다시 주목받은 건 지난 2015년이었습니다. 신원호 PD가 연출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 쌍문동이었죠. 배우 박보검, 혜리, 류준열, 고경표 등을 스타덤에 올린 ‘전설의 드라마’인데요. 왜 하필 쌍문동이었을까요? 당시 신 PD는 “특이하지도 않고 잘 살지도 않는 평균적인 동네였으면 했다. 또한 서울 사는 사람들이 들어도 알 것 같은 동네, 그리고 제작진 주변에 고증할 수 있는 지인이 포진된 동네를 찾았는데 결국 쌍문동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의 골목을 공유한 단독 주택에 모여 사는 사람들. 덕선이네는 정환이네 집의 반지하에서 더부살이했고, 서로의 집을 격의없이 드나들며 가족처럼 지냈죠. 엄마들은 골목 중간에 위치한 평상에 모여 마늘을 까고, 밥 때가 돼 엄마들이 창문을 열고 “밥 먹어라” 외치면 동네에서 놀던 아이들이 일제히 “예∼”하며 각자의 집으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그러다 한 집에서 고기라고 굽는다 치면, 아이들이 모조리 그 집으로 몰려가기도 하죠.

그리고 2021년, 우리는 새로운 쌍문동을 만났습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속에서였죠. 황동혁 감독은 왜 쌍문동을 선택했을까요? 그의 과거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황 감독은 쌍문동에서 나고 자랐는데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그가 학창시절을 보낸 1970∼80년대는 공부로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이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쌍문동 수재’로 유명했던 황 감독은 서울대에 입학했고, 훗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거듭났습니다.

황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두 주인공 성기훈(이정재)과 조상우(박해수)는 저의 양면을 대변합니다. 저는 기훈처럼 서울 쌍문동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자랐고, 동시에 상우처럼 서울대에 다니면서 동네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죠.” ‘오징어 게임’ 외에도 그가 연출한 ‘도가니’나 ‘수상한 그녀’ 등에 홀어머니 설정이 자주 등장하는 것 역시 황 감독의 과거가 투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쌍문동의 자랑인 황 감독은 미국 에미상 감독상 수상으로 ‘오징어 게임’ 시즌1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죠. 그의 양면 중 한 면인 기훈은 살아남았고, 또 다른 한 면인 상우는 사라졌는데요. 그래서 시즌2는 기훈 위주로 새롭고 재편된다고 합니다. ‘쌍문동 기훈씨’라 불리기도 하는 이 인물은 시즌2에서는 과연 어떻게 변화될까요? 시즌2가 공개되는 2024년까지, 참으로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안진용 기자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 차장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尹의 ‘이××’ 발언에 진중권 “입에 붙은 표현...국민의 품..
▶ 박지원 “대통령실 해명 얻어터져도 싸다“
▶ 푸틴 “화이트 칼라는 징집하지마”…힘없는 소수민족이 총..
▶ 캐나다 방문한 尹 “이렇게 멋진 나라 왜 진작 안 왔는지 후..
▶ 홍준표 “거짓말하면 일만 점점 커진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벤투호, 국내파 위주로 한 번 더 소..
美 하원의원 “한국차 혜택 제외한 IR..
치밀한 연기가 주는 쾌감, 조우진
“돈 많은데 왜 복지 줄이나” 직원 불만..
“죄 없는 우리가 기후 재앙 치르고 있..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7.15 | 회장 : 이병규 | 발행·편집인 : 김병직 | 발행연월일 : 1991.11.1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