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얼굴 드러낸 전주환…“미친 짓 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당역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 ‘신당역 스토킹 살인’ 구속 송치

검거 당시 이미 휴대폰 초기화
주도면밀한 ‘증거인멸’ 드러나

“재판 때문에 내 인생 망가져
피해자에 대한 원한으로 범행”

경찰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을 보복살인 혐의로 21일 검찰에 송치했다. 치밀하고도 잔혹한 ‘계획범죄’를 저지른 전주환은 이날 취재진 앞에 서서는 “제가 미친 짓을 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7시 30분쯤 남대문서 유치장에 있던 전주환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했다. 전주환은 지난 14일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에서 3년간 스토킹한 여성 역무원 A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전주환이 유치장에서 나올 때 마스크를 씌우지 않고 얼굴을 공개했다.

전주환은 이날 고개를 숙인 채 취재진의 ‘유족한테 할 말 없느냐’ ‘보복살인 혐의 인정하느냐’ 등 질문에 “제가 미친 짓을 했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전주환은 또 ‘살해한 뒤 (다음 날로 예정됐던) 선고 공판에 출석하려 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맞다”고 대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해 후 스토킹 재판으로 법정 구속돼 살인사건에 관한 한 완전범죄를 노렸다는 시각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재판 전날밖에 기회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범행 직전 1700만 원을 뽑으려다 실패한 것을 두고는 “부모님께 드리려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전주환이 보복살인을 계획한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피해자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에 접속하거나 피해자의 직전 주거지를 찾아가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한 지난달 18일부터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환은 살인을 저질렀던 지난 14일에는 피해자의 근무지에서 70분가량 기다리며 범행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 그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선 “‘재판에 의해서 내 인생이 망가졌구나. 쟤(피해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전주환은 증거인멸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검거 당시 전주환은 위치 조작 앱을 설치한 채 이미 휴대전화를 초기화해뒀으며,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을 목적 등으로 위생모와 장갑 등도 착용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위생모의 경우 분장을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위생모는 이달 초에, 흉기는 지난해에 구입해 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주환이 그런 장소(신당역 화장실)에서 범행을 하면서 완전히 범행을 은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도망갈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주환이 (범행 계획단계에서는) 일단 만나서 빌어야겠다, 합의 봐야겠다, 여차하면 죽여야겠다, 이런 복합적인 심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정작) 범행 당일에는 대화 시도 없이 바로 살해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김수민 형사3부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보강 수사 등에 나선다. 팀장 포함 총 4명의 검사를 수사에 투입한 검찰은 “철저한 보강수사를 통해 엄정 대응하고, 피해자(유족) 지원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유근·권승현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