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실 1000년 넘는 역사 … 브루나이·사우디는 ‘머니 파워’가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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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 아시아의 왕실은

나루히토 ‘상징적 존재’ 여겨져
브루나이 국왕, 국민에 세뱃돈
빈 살만, 오일머니로 막강 권력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아시아 왕실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 영국만큼 드러나진 않지만 아시아 많은 국가가 왕실을 유지하고 있다. 신격화한 일본 왕실, 머니 파워를 바탕으로 지금도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중동 국가의 왕실이 대표적이다.

아시아 왕실 중 가장 유명한 왕실은 1000년이 넘는 세계에서 제일 긴 역사를 지닌 일본 왕실이다.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재위로 ‘레이와(令和) 시대’를 맞은 일본에서 일왕은 ‘상징적인 존재’다. 일본 사회에서 일왕은 그저 왕이 아니다. 일왕은 토속신앙 신도(神道)로서 존재하는데, 일왕은 하늘의 ‘현인신’이자 ‘천황’으로 신격화됐다. 1946년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이 본인이 인간임을 선언하기 전까지 일왕은 ‘신’ 그 자체였다.

1947년 5월부터 시행된 현행 일본 헌법은 제1조에서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그 지위는 주권이 소재하는 일본 국민의 총의(總意)에 기초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전임 일왕인 아키히토(明仁) 상왕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평민 출신 미치코(美智子) 상왕비와 결혼하며 ‘일왕의 인간화’를 가속화 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따며 유학했다. 해외 문물 유입에 적극적인 일왕은 일본 왕실의 SNS 계정을 만드는 걸 고민할 정도로 현대적 가치관을 가졌다.

국민의 반발을 막강한 머니 파워로 잠재우고 사실상 국가 경영에 나선 아시아 왕실도 존재한다. 전제 군주 국가인 브루나이 국왕은 ‘석유 파워’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왕족 중 하나다. 천연자원이 풍부해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브루나이는 인구가 40만 명밖에 되지 않는 만큼 국가가 나서 국민 생활의 모든 영역을 지원해 준다. 학생들은 대학 등록금은 물론 용돈과 안경비까지 지원을 받고, 새해 행사에 참여하면 국왕에게 90만 원 상당의 세뱃돈을 받는다.

절대 왕정 체제로 운영되는 사우디 왕실은 넘치는 오일 머니 파워를 기반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사우디 차기 국왕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7년 사촌 형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폐하고 왕세자에 오른 뒤 부총리 겸 국방장관, 왕실 직속 경제위원장을 맡아 88세인 아버지 살만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을 대신해 사우디 왕국을 사실상 통치하고 있다. 그의 별명은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사우디의 천문학적 오일 머니가 사실상 그의 손바닥 안에 있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그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그럼에도 압도적인 오일 머니 파워를 쥐고 국내외의 반발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