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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2년 09월 21일(水)
나노크기 인공 지문으로… 복제 불가능한 IoT 보안 기술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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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전승훈 기자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팀 공동개발

분자조립 나노 패턴 기술 이용
모양 다른 나노 수십억개 생성
무작위하고 불규칙한 칩의 간극
지문처럼 고유성 지녀 보안 유리

높은 보안성에 초고속 인증까지
미생물 인식 칩으로도 활용 가능
네이처 일렉트로닉스誌에 게재

나노(Nano)는 그리스 신화 속 난쟁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말로, 10억 분의 1 크기의 미소(微小) 물질을 잴 때 사용하는 단위이다. 100만 분의 1을 뜻하는 마이크로(Micro)는 광학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세균의 크기이다. 반면, 나노의 세계는 원자·분자 단위로서 최신 전자 현미경을 써야만 간신히 관찰된다. 일반인에게는 너무나 작은 세상이다. 예를 들어, 지구를 10억 분의 1로 줄이면 콩 1개 크기로 줄어든다. 과학자들은 나노 단위까지 내려가면 물질 표면의 성질이 바뀌거나 색이 변하는 등 여러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현실 생활에 응용해보려 노력해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나노 크기의 인공 지문으로 복제가 불가능한 사물인터넷(IoT)의 보안·인증 원천기술을 개발해냈다. IoT는 자동차, 냉장고, 스마트폰 등 일상의 사물들이 서로 인터넷 통신을 하면서 지능을 가진 것처럼 알아서 ‘스마트’하게 일하도록 돕는 초연결 통신 기술이다. 만약 해커가 불순한 의도로 개입한다면 가정과 직장의 온갖 안전사고는 물론, 거리의 교통과 온수·전기 공급 등 기본 기능이 마비될 우려도 있다. 현대 전쟁의 사이버 전투에서는 미사일 등 물리적 공격 전에 적의 통신 기능을 망가뜨리는 선제 조치를 필수로 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IoT에 보다 보안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인증 암호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은 매번 사람 지문처럼 다른 형태를 형성하는 무작위적인 분자조립 나노 패턴을 이용해 새로운 IoT 보안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교수팀의 기술은 낮은 비용으로 높은 보안 수준을 유지하면서 초고속 인증까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소자, 초소형 장치나 개미 혹은 박테리아 등 미생물 인식 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 및 기계 전자공학과 김봉훈 교수,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권석준 교수와 공동 연구한 이번 논문은 전자공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지난 7월 말 게재됐다.

우리가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인증 방법은 사람의 지문 같은 생체 인증 방식이나 휴대전화 등에서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QR 패턴 같은 것들이 있다. 사람 지문은 모든 사람에게 모두 다르게 형성되므로 각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인증 수단으로 오래전부터 사용돼왔으나 그 크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커서 쉽게 복제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 최근까지 코로나 방역에 큰 역할을 했던 QR코드는 사용할 때마다 매번 다른 패턴을 형성하므로 복제는 어렵지만, 새로운 패턴이 생길 때마다 무선통신으로 등록해야 하므로 에너지 소모가 크고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번에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인증 기술은 김상욱 교수가 세계 최초·최고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분자 조립 나노 패턴 기술을 이용해 서로 다른 모양을 가지는 수십억 개의 나노 패턴을 저비용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며, 높은 보안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초고속 인증이 가능하다. ‘물리적 복제 방지 기술 (PUF)’로 불리는 이 조작은 나노 입자 생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간극(間隙)을 이용해 암호키를 생성하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나노 단위로 발생하는 칩의 간극은 무작위하고 불규칙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칩마다 사람 지문처럼 고유성을 지녀 보안키로 활용할 수 있다.

공동 연구팀의 새 기술은 복제 방지를 위한 다양한 하드웨어 인증시스템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기존 소프트웨어 인증과 달리 전자기 펄스(EMP) 공격과 같은 최첨단 전자무기 체계에도 내구성이 있어 향후 군사 및 국가 안보에도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이상적인 난수 생성 소재(true random number generator)로서의 활용성도 기대된다. 원천 암호 생성기로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연구팀은 소형화된 나노 크기의 칩을 개미 혹은 박테리아에도 부착함으로써 미생물 인식 칩으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쉽게 말해 박테리아에 이름표를 달아 하나하나 구분해 관찰하는 일도 가능해진 것이다.

김 교수는 “지문, QR코드의 단점을 모두 극복하는 새로운 인증기술로서 여러 가지 하드웨어의 인증뿐 아니라 향후 최첨단 무기 체계, 이상적인 난수 생성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술 개발 과정에서 국내 특허, 미국 특허, 유럽 특허 및 특허협력조약(PCT)을 출원해 이번 기술의 지적 재산권까지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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