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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희경의 시:선(詩:選) 게재 일자 : 2022년 09월 21일(水)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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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나 아니고 노동이 서 있을 때/ 누군가 날 부르는데 노동이 고개 들 때/ 곱살갑게 식탁 앞에 앉아 있을 때/ 일인용 침대 위에 포개어 누울 때/ 그게 나의 내부를 계속 궁금해할 때/ 그래 나도 펑하고 보여줄까 고민할 때쯤//쉬는 날이 온다.’

- 전욱진 ‘휴일’(시집 ‘여름의 사실’)



나는 목요일에 쉰다. 서점을 시작하고 처음 몇 년간은 쉬는 날이 없었다. 신기하고 한편 한심하다. 그땐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것이 열심히 일하는 거라고 착각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결국, 병을 얻었다. 몸보다 마음이 아팠다. 작은 일에 상심하고 자주 화를 내게 됐다. “너 쉬지 못해서 그래.” 나보다 먼저 자영업에 뛰어든 친구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하루는 무조건 쉬기.

목요일이 휴일이 된 데에는 나름의 까닭이 있다. ‘휴일’의 앞 글자인 휴(休)에 나무 목(木)이 들어 있어서. 사람이 나무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 휴식이다, 라는 회의(會意)도 근사하지만, 그 소리가 휴, 라는 것이 나는 좋다. 한숨 돌리는 소리와 비슷하다. 나뭇가지에 가득 매달린 나뭇잎 사이 긴 바람이 통과하는 소리도 닮은 것 같다. 나무에 기대어 깊이 숨을 내쉬고 들이마신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내적 전환이 일어나 어딘가 새로워지는 삶의 면모는 울창한 나무의 생명력과 닮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목요일에 쉬기로 했다.

막상 정해놓고 보니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남들이 일할 때 쉬는 것은 좋지만, 일의 흐름이 끊기기도 하는 것이다. 왜 목요일에 쉬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럴 적에 나의 ‘속셈’을 밝혀본 적이 없다. 쉬는 데에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있다 해도 그것은 누설돼서는 안 된다. 월차와 휴가의 목적을 물어서는 안 되고 대답할 필요도 없는 것처럼.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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