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얼굴 드러낸 ‘신당역 살인’ 전주환, “제가 정말 미친 짓 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9-21 07:46
  • 업데이트 2022-09-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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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유족에 할말, 보복살인 여부 등 질문에
고개 숙인 채 “정말 죄송하다”는 대답만 반복

검거 때 휴대폰 초기화...警 “증거인멸 공들여”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당역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동훈기자



스토킹하던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서울 지하철 신당역 화장실에서 살해한 혐의로 신원이 공개된 전주환(31)은 21일 “정말 죄송하다. 제가 정말 미친 짓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입감돼 있던 전주환은 이날 오전 검찰에 구속 송치되며 포토라인에 섰다. 전주환은 ‘피해자 유족에게 할 말 없냐’ ‘보복살인 혐의 인정하냐’ ‘작년 10월부터 범행을 계획했는가’ 등의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그는 ‘범행 후 재판에 출석하려고 했는가’란 질문에 “그건 맞다”고 답했다. 또 범행 당일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확인된 전주환은 현금 인출 이유에 대해 “부모님에게 드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혐의로 전주환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전주환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당초 전주환을 형법상 살인 혐의로 구속했으나, 보강수사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그는 흉기와 일회용 위생모를 미리 준비하고 범행에 앞서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인 메트로넷에 접속해 피해자의 옛 주거지와 현 근무지를 알아냈다. 또 전주환은 지난 4일부터 피해자의 이전 주거지 주변을 네 차례 찾아갔고 범행 당일에도 일회용 승차권으로 지하철을 타거나 휴대전화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를 조작하는 목적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두는 등으로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전주환의 휴대전화 포렌식 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자택도 압수수색해 태블릿PC 1대와 외장하드 1개를 확보했다. 또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동기와 범죄심리 등을 파악했다.

지난 9일 경찰은 신상정보공심의위원회를 열고 전주환의 이름, 나이, 얼굴 등의 신상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마스크를 벗은 실제 얼굴이 공개된 것은 이날이 처음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제공



또 전주환은 이번 범행을 감행하기 약 8시간 전인 지난 14일 오후 1시 20분쯤 자택 근처 은행 창구에서 예금 1700만 원을 현금으로 찾으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고액의 현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려 한 점을 수상히 여긴 은행 직원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의심해 돈의 용처와 수사·금융기관 사칭 전화를 받은 적 있는지 등을 물었고 전 씨는 창구에서의 인출을 포기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한 번에 뽑을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해 역시 인출에 실패했다. 당시 은행 직원은 전 씨를 보이스피싱 범죄 의심 피해자로 생각해 신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 씨가 인출한 돈을 범행 후 도주 자금으로 사용하려 한 것은 아닌지 살펴봤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 씨는 경찰 조사 당시에도 ‘부모님께 드리려고 했다’며 범행 관련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이날 전주환 검찰 송치 후 가진 브리핑에서 “(재판에서)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한 지난달 18일부터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환은 살인을 저질렀던 지난 14일에는 피해자의 근무지에서 70분가량 기다리며 범행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 그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선 “‘재판에 의해서 내 인생이 망가졌구나. 쟤(피해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전주환은 증거인멸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 당시 전주환은 위치 조작 앱을 설치한 채 이미 휴대전화를 초기화해뒀으며,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을 목적 등으로 위생모와 장갑 등도 착용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위생모의 경우 분장을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위생모는 이달 초에, 흉기는 지난해에 구입해 둔 것이다.

또 경찰 관계자는 “전주환이 그런 장소(신당역 화장실)에서 범행을 하면서 완전히 범행을 은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도망갈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주환이 (범행 계획단계에서는) 일단 만나서 빌어야겠다, 합의 봐야겠다, 여차하면 죽여야겠다, 이런 복합적인 심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정작) 범행 당일에는 대화 시도 없이 바로 살해했다”고 말했다.

박준희·권승현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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