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물가 2%대까지 금리인하 없다”…‘긴축’ 더 길고 세지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단호한 파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1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 도중에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韓美 금리역전 장기화’ 비상

美, 4연속 ‘자이언트 스텝’ 유력
연말 금리 전망 4.4%로 급상향

환율 급등에 자본이탈 공포 확산
이창용 “인상 전제조건 달라져”
내달 기준금리 0.5%P 올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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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까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실시함에 따라 한국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 자본 이탈’ 가속화의 적신호가 깜박이기 시작했다. 경기침체를 우려해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 온 한국은행의 이창용 총재는 당장 오는 10월 12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이상을 밟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점도표는 시장의 예상보다 긴축의 강도가 세고,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인 고금리·고환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 및 수출 부진·인플레이션 압력 가중·무역적자 심화·동반 경기침체 초래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파월 의장은 21일(현지시간)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2025년에 가야 물가가 2%대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ed는 이날 회의 후 공개한 점도표(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를 4.4%, 내년 말 기준금리를 4.6%로 기존 전망치보다 대폭 높였다. 이에 따라 Fed가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은 올해 남은 11월 2일과 12월 14일 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과 빅스텝을 연이어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Fed의 연속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약 한 달 만에 다시 역전됐다. 지난 7월 Fed가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약 2년 반 만에 한국(2.25%)을 앞질렀다가 8월 25일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인상으로 같아졌는데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또 벌어졌다. 한은이 빅스텝 이상을 밟지 않으면 양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당장 연말에 역대 최대 수준인 1.5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남은 10월 12일과 11월 24일 두 차례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금리를 당초 예상보다 더 강도 높게 올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면 결국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품의 환산 가격을 높여 가뜩이나 고공 행진 중인 인플레이션까지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는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오늘 새벽 파월 의장이 얘기했듯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졌다”고 전제한 뒤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한은의) 큰 의무”라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 인상의 고삐를 바짝 죄게 되면 가계부채 이자 부담 증가·내수 위축·경기침체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지난 1분기 가계부채는 1870조 원 규모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한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따라 올리게 되면 구매력이 떨어져서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