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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2년 09월 23일(金)
가장 피하고 싶은 감정 ‘후회’… 성장의 문 열어주는 ‘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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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후회의 재발견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신경과학계 최신 연구 성과와
방대한 인터뷰 통해 본질 탐구
기반성·대담성·도덕성·관계성
4개 양상으로 구분해 집중 분석

“후회 없이 사는 건 불가능…
말·글로 자기 감정 노출시켜
‘최소화’보다는 ‘최적화’해야”


그때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용기를 내 그 사람을 붙잡았더라면. 인생은 수많은 ‘…했더라면’의 연속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결정과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후회들. 이 책의 부제처럼 후회는 ‘불쾌한’ 감정이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 발목을 붙잡고,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서점가에 진열된 자기계발서들이 ‘후회 없는 삶을 살라’고 외치는 건 당연하다. 자기계발 이론의 핵심은 ‘미래’와 ‘낙관’인데, 후회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교란하니까 말이다. 세계적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의 ‘후회의 재발견’은 이런 자기계발서들과 다른 얘기를 한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 ‘드라이브’ 등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비즈니스·행동 양식을 고찰한 저자가 이번엔 인간이 가장 회피하고 싶어 하는 감정의 본질과 의미를 탐구한다. 신경과학계 최신 연구와 방대한 인터뷰 데이터를 통해 저자가 다다른 결론은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후회 없는 삶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좋은 삶도 아니라는 것. 후회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준다는 것.

후회는 ‘시간 여행’과 ‘스토리텔링’이라는 인간의 독특한 능력이 만드는 감정이다. 머릿속으로 자유롭게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여러 연구는 후회가 보편적인 동시에 ‘건강한’ 충동임을 보여준다. 한 신경과학자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마리아는 자주 방문하는 식당에 다녀온 후 배탈이 났다. 애나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식당에서 식사한 뒤 복통을 앓았다. 두 사람 중 자신의 선택을 더 많이 후회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문제를 보자마자 답이 애나임을 직감한 대다수 참가자와 달리 일부는 선택과 후회의 관계를 인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뇌 부위에 병변이 있거나 선천성 신경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후회를 느끼는 능력의 결여는 ‘강한 멘털’의 증거가 아니라 ‘뇌 손상’의 징후다.”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인간이 후회를 처음 체득하는 건 7∼8세 무렵이다. 이전의 결정으로부터 가르침을 얻어 선택을 조정하게 되면서 인간의 의사결정 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이미 발생한 과거에 대한 후회는 다가올 미래에 신중을 기하도록 돕지만, ‘예측되는 후회’를 피하려 애쓰다 보면 판단을 그르치기도 한다. 시험에서 A를 정답으로 고른 학생이 B나 C로 바꿀지 고민하다 원래 직감을 믿고 그대로 두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최초로 찍은 답이 오답으로 판명될 때보다 답을 바꿨다가 문제를 틀렸을 때 훨씬 더 큰 후회에 사로잡힌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한 결과다. 하지만 저자가 추적한 연구들은 학생들이 답을 바꿔 정답에서 오답이 되는 확률보다 오답에서 정답이 되는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최초 직감의 오류’라 명명하며 “부정적 감정인 후회를 회피하려다 빚는 실수”라고 지적한다.

‘후회의 과학’을 살핀 책은 인터뷰 사례를 바탕으로 후회의 양상을 네 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기반성 후회. ‘더 열심히 운동했더라면’ ‘꾸준히 저축했더라면’처럼 건강·자산 등 삶의 기반을 형성하는 영역에 대한 후회로 불만족스러운 오늘의 책임을 성실하지 못했던 과거에 돌린다. 두 번째는 대담성 후회. ‘그때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더라면’ 혹은 ‘바로 취업하는 대신 유학을 떠났더라면’처럼 용감한 베팅을 주저하다 훨씬 더 큰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이다. ‘실제 행동으로 옮긴 일’보다 ‘행동하지 못한 일’을 후회하는 경우가 두 배가량 많다는 연구는 대담성 후회가 얼마나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감정인지 잘 보여준다. 이와 함께 부당한 행동을 마음에 담아두는 ‘도덕성 후회’와 부모·배우자·친구 등 소중한 관계가 틀어질 때 생기는 ‘관계성 후회’가 있다. 어떤 기회를 붙잡지 못해, 혹은 어떤 의무를 다하지 못해 지난날을 돌이키는 이 양상은 곧 인간이 무엇을 추구하는 존재인지 드러낸다. 기반성 후회는 안정, 대담성 후회는 성장, 도덕성 후회는 양심, 관계성 후회는 사랑이라는 가치와 관련 있다.

책은 이처럼 건강한 충동과 보편적 욕망에서 비롯된 후회를 ‘최소화’하기보다 ‘최적화’하라고 조언한다. 최적화를 위해선 말이나 글로 감정을 노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혼자 ‘실패 이력서’를 작성하거나 가까운 이에게 후회하는 바를 털어놓으면 불쾌한 감정을 ‘인지의 그물’로 가두어 차분히 분석할 수 있게 된다. 무수한 ‘…했더라면’ 속에서 ‘적어도…’를 찾아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록 원하는 A+를 받진 못했지만 적어도 C는 면했잖아’와 같은 자기 위안은 후회가 지나쳐 절망의 나락에 빠지는 상황을 막아준다는 얘기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으나 반성과 성찰로 그 잘못을 인지하고 자신을 갱신해 한 뼘 더 성장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후회는 그 성장에 이르는 문을 열어주는 귀한 마음이다. ‘후회의 재발견’은 원래 자기계발서는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넘겨짚는 이들에게 망쳐버린 것만 같은 지난날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328쪽, 1만8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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