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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2년 09월 23일(金)
“스타트업 투자절벽 우리만의 현상 아냐…벤처캐피털은 ‘호시우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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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IMM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최근 국내 스타트업들이 처한 ‘투자절벽’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책과 미래 발전방안 등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M 인터뷰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지성배 회장

전세계 투자시장 숨고르기 중
혁신DNA 무장한 국내 창업가
현재 위기 충분히 뛰어넘을 것

당장 어렵다고 소극적 투자땐
미래의 먹거리를 포기하는 꼴

바이오·에너지가 차세대 동력
스타트업, 글로벌 공략 나서야

민간 벤처투자 이끌어 내려면
일반기업에 세제 혜택 부여를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요동치고 있다. 적자 구조 속에서도 투자금을 통해 사업을 키워가던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해 분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부 업체는 돈줄이 막히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아예 문을 닫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 등 대내외 악재로 당분간 위기 상황이 이어지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제2 벤처 붐이 꽃을 활짝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벤처·스타트업을 움직이는 ‘미다스의 손’으로 평가받는 지성배(55)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 회장은 1999년 벤처캐피털(VC·창업투자회사) 및 사모펀드(PEF) 전문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2000년부터 현재까지 이 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과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글로벌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 인기 의류쇼핑몰 ‘무신사’ 등이 국내 굴지 기업으로 성장하기 전 가능성만을 믿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 회장을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IMM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만났다.


―많은 스타트업이 직면한 현 위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사실 지난 2년간 너무 줄기차게 달려온 측면이 있어 전 세계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고도 볼 수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최소 올해까지는 안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현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나친 비관론에 빠져 있을 필요는 없다. 이 시기에 우리 기업과 투자자들은 한 번 더 뒤를 돌아보고 앞날을 위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국민의 지혜를 모아 잘 극복했다.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현 상황을 이에 버금가는 위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젊은 창업가들의 혁신적 DNA로 현 위기를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 ‘제1 벤처 붐’ 때는 스타트업 창업가와 이에 투자하는 VC 모두 능력이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그렇다 보니 출발은 좋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창업가의 역량과 도덕성, VC의 안목과 전문성이 다 성장했다.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잠시 주춤하며 쉬어가는 단계지만, 기초체력이 크게 성장한 만큼 너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현 상황에서 제2 벤처 붐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방학시즌 인턴 직원들을 채용하는데, 정말 능력이 출중한 인재들이 VC 업계에 관심을 갖더라. 또 대학을 졸업하는 많은 청년이 과거와 달리 대기업 지원보다는 스타트업 창업에 뜻을 품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제2 벤처 붐이 지속될 것이란 신호로 보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불과 70여 년 만에 대한민국을 세계적 반열로 이끈 재벌 대기업의 공을 결코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100년, 200년은 누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야 할까.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이미 정보기술(IT) 기업 중심으로 가고 있다. 20∼30년 전에 비해 경제 체제가 거의 달라지지 않은 우리도 이제는 혁신 기업들이 경제 중심으로 나서야 한다. 이런 상황이 제2 벤처 붐을 계기로 시작되고 또 계속돼야 한다.”

―VC들이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지금으로선 VC들이 (시장 진입 직전 스타트업들에 대해 수행하는) 시리즈A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이 투자는 향후 5년 이후의 성과를 기대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경기가 어렵다고 소극적으로 나서면 미래 먹거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꼴밖에 안 된다. VC들은 순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호흡을 갖는 자세가 중요하다. 호랑이의 눈처럼 시류를 냉철한 판단력과 이성으로 꿰뚫어 보되, 소의 걸음처럼 긴 미래를 보며 우직하게 나가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다만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단계 기업들에 대해선 1∼2년 내 투자금 회수 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에 VC들이 무작정 투자를 결정할 수만은 없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나.

“최근 정부가 내년도 모태펀드 예산을 (40%가량) 삭감했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업계도 민간 중심의 벤처 투자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다만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된 지금이 시기적으로 맞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앵커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예산을 축소하고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 자칫 민간 펀드출자자(LP)에게도 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모태펀드 예산을 더 확대해야 민간 매칭 출자금도 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민간 중심의 미국 시장도 요즘 같은 때 되레 정부 차원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힘든 시기에 정부가 좀 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것이 업계 바람이다.”

―모태펀드 예산 축소를 계기로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벤처·스타트업들은 그간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외향 성장을 이루는 데만 급급했다. 이제까지는 유효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매출 확대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실제 이익을 내는 방향으로 회사 시스템을 바꿔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스타트업들이 스스로 옥석을 가리면서 회사 전략을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강조했던 유니콘 육성 방침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보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5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스타트업이나 창업 생태계는 정부 성격이나 이념을 떠나 항상 관심을 갖는 분야다. 대통령께서도 수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많은 지원과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본다. 요즘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은 디지털전환(DX)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 인공지능(AI)과 로봇,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 분야도 미래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집중해야 한다.”

―추후 민간 벤처투자를 활성화할 방안은 있을까.

“사실 민간 기업 내부에 유보된 자금이 상당하다. 그런 자금이 벤처 생태계에 잘 흘러가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민간 모태펀드를 많이 도입하자고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인센티브를 부여해 실제 민간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 예컨대 벤처펀드 출자지분 매각 시 양도차익에 대해 개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일반 기업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은행·보험·증권사를 포함한 일반 기업에 이런 세제 혜택만 줘도 유보금이 보다 활발히 스타트업들에 투자될 수 있다. 당장 세수 감소를 우려할 수 있지만, 기업 활성화를 통해 발생하는 법인세 증가가 세수 확대에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IMM인베스트먼트 수장으로서 경영철학이나 투자 원칙은 무엇인가.

“주식·채권 등 ‘전통 투자’보다는 비상장 기업 등 ‘대체 투자’를 기반으로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전문회사를 키우고자 한다. 상속이 아닌 전문가 집단을 통해 회사가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주주(Shareholder)의 이익만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아닌, 공유가치(Shared Value·기업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를 모든 직원이 공유하는 활동)를 높이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철학과 신념을 갖고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시스템이 자리 잡기 전까지 결국 ‘앙트레프레너’(기존 질서를 파괴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에 의해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그래서 수많은 접촉과 소통을 통해 창업가의 도덕성과 기업가 정신을 확실히 파악한 뒤 투자를 결정한다.”

―최근 주목하는 유망 분야나 기업이 있나.

“최근 2년여간 벤처 생태계가 크게 발전했지만, 내수 기반의 플랫폼 기업 위주였다. 사실 우리나라는 시장 자체가 작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분야가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 따라서 한 번 성공하면 무조건 세계로 갈 수밖에 없는 바이오와 에너지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시선을 국내에만 두지 말고 해외까지 넓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도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움도 있지만 다양한 핵심 인력 확보를 통해 현지 창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연임도 가능하지만 벤처캐피탈협회장 임기가 내년 2월까지다. 남은 기간 목표는 무엇인가.

“벤처 생태계는 긴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분하게 우리 입장을 계속 설명할 것이다. 민간 모태펀드, 즉 민간 중심의 투자 생태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하고 외칠 계획이다. 민간 중심의 벤처 출자를 뒷받침할 만한 여건이 조성되면 공공 모태펀드는 시장 실패 부문이나 취약 기업 지원 등에, 민간 모태펀드는 수익성 제고 부문이나 글로벌 진출 지원 등에 각각 보다 치중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나 정부 담당자들을 많이 만나 이 같은 필요성에 대해 적극 설명하겠다.”


■ 지성배 회장은

쿠팡·위메프·우아한 형제들 등 발굴… 벤처 움직이는 ‘미다스의 손’


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국내 벤처기업의 성장과 함께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일PwC회계법인을 거쳐 1997년 종근당 계열 벤처투자사인 CKD창업투자 심사역을 시작으로 벤처투자 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9년 대학 선배인 송인준 현 IMM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와 원년 멤버로서 벤처캐피털(VC)·사모펀드(PEF) 전문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당시 IMM파트너스)를 설립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이 회사의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지 회장은 IMM인베스트먼트를 국내 굴지의 VC·PEF 전문 운용사로 키워냈다는 명성을 얻었다. 실제 그는 글로벌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과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인 ‘위메프’ ‘배달의 민족’을 만든 ‘우아한 형제들’ 등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여럿 발굴했다. 특히 이들 기업에 대해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하고 기업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해 눈길을 끌었다. 지 회장은 이와 관련해 “VC는 수익만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며, 우리나라 산업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IMM인베스트멘트는 설립 20여 년 만에 급성장해 2020년 업계 최초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 회장은 초기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에 두루 투자하며 벤처 생태계의 양적·질적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 회장은 “평소 창업가의 도덕성과 기업가 정신을 면밀히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다”며 “실력 있는 창업가를 발굴하기 위해 눈을 보며 대화하고, 얼굴을 마주하려 하고, 술도 한잔하면서 그 사람에게 확신이 드는지도 살펴본다”고 말했다.

지 회장은 지난해 2월부터는 제14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으로 취임해 민간투자 생태계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협회장은 2년 연임 체제로 무보수 비상근직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지속 가능하고 자생력 있는 민간 출자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가 확립돼 더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경영학 석사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CKD창업투자 심사역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제14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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