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는 누구든 될수 있어” vs “원작훼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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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09-23 11:09
업데이트 2022-09-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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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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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계 배우 핼리 베일리를 섭외한 실사 영화 ‘인어공주’(왼쪽 사진)가 원작(오른쪽) 속 인어공주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디즈니 ‘아프리카계 인어공주’ 놓고 글로벌 논쟁

예고편 나오자 24만개 댓글
‘싫어요’가 두 배나 더 많아

‘라틴계 백설공주’등 등장에
“‘블랙워싱’에 지나지 않아”


흑인 인어공주를 둘러싼 글로벌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인종 차별을 타파한 시의적절한 기획이라는 ‘옹호’와 원작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첨예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이 쓴 동화 ‘인어공주’를 실사 영화로 제작 중인 디즈니는 지난 10일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예고편을 공개했다. 갈색 머리칼에 레게 헤어스타일을 가진 아프리카계 배우 핼리 베일리가 연기한 주인공 에리얼의 모습이 처음 공개된 이 예고편은 22일까지 조회 수 2257만 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좋아요’는 116만 회인 반면, 275만 명이 ‘싫어요’를 눌렀다.

이 예고편에는 24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아프리카계 인어공주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디즈니는 “인어는 누구든 될 수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당신의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하얀 피부와 붉은 머릿결로 대표되던 ‘인어공주’를 기억하는 팬들은 “오랜 기간 이 동화를 좋아해 온 팬들 입장에서는 원작 훼손이라 할 수 있다”며 “이는 인종 차별 의도와는 관계없이 원작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디즈니는 최근 소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입각한 작품을 다수 제작 중이다. 또 다른 실사 영화인 ‘백설공주’의 주인공으로는 라틴계인 레이철 제글러를 발탁했고, 피터팬을 다룬 실사 영화 ‘피터팬과 웬디’에서 팅커벨 역에 흑인 배우 야라 샤히디를 캐스팅했다. 디즈니가 이 같은 출연진을 발표할 때마다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각종 SNS에서는 ‘#내 에리얼이 아니야(#NotMyAriel)’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디즈니의 PC주의가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배역을 백인에게 맡겨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 논란이 불거졌듯, 원작을 무시하면서 흑인을 대거 기용하는 것은 ‘블랙 워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앞서 ‘알라딘’의 지니와 ‘피노키오’의 푸른 요정 역을 각각 흑인 배우인 윌 스미스와 신시아 에리보에게 맡겼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시안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사례는 적다. 실사 영화 ‘뮬란’(2020)이 중국을 배경으로 함에도 제니퍼 로런스를 섭외하려다가 비판에 직면하자 중국 배우 류이페이(劉亦菲)로 선회한 적도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서구·백인 중심주의의 폐해에서 탈피하겠다는 강박적 변화가 인위적이고 어색하기 때문에 대중의 반발을 가져온다”면서 “진통이 심한 과도기가 지나면 타협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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