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감사원 서면조사 요구에 “대단히 무례한 짓” 격노

  • 문화일보
  • 입력 2022-10-03 11:17
  • 업데이트 2022-10-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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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9일 청와대에서 퇴임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시스



윤건영 의원 전언 … 민주당도 반발, “감사원 직권남용 고발할 것”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감사원으로부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서면 조사를 통보받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께 감사원 서면조사 관련 보고를 드렸다”며 이에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윤 의원에 따르면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구가 처음 이뤄진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감사원은 평산마을 비서실로 전화해 서면 조사를 요청했고, 이에 비서실은 감사원이 조사하려는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을 요청하며 질문서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후 감사원은 다시 비서실로 문 전 대통령의 이메일을 발송했고, 비서실은 30일 이를 반송했다. 비서실은 반송 메일에 “이 메일에 대해서는 반송의 의미를 담아 보내신 분께 다시 돌려드린다”고 썼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윤 의원은 “당초 감사원의 권한이 아닌 것을 하자고 하는 것이라 당연히 거절하는 것이 맞고, 만날 필요도 없고 메일에 회신하는 것도 적절치 않아 한 것”이라며 “반송은 수령 거부의 뜻”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간접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감사원 서면조사는 감사원장의 결재를 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을 내팽개치고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나섰는데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후세력이 있다면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참모진의 논의가 끝난 뒤 지난달 30일 이런 사실을 보고받았고, 이에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민주당도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것은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며 “감사원의 감사권 남용에 대해 직권남용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감사원이 34개 분야에 달하는 특정사안 감사를 새로 시작하면서 감사위원회의 개별 의결도 거치지 않았고, 특정감사의 취지와 어긋나게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체적인 감사의 방법 등도 감사원에 적용돼야 하는 ‘과잉금지 및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통보에 대해서는 “아직 서훈·박지원 두 전직 국정원장을 조사하지 않은 상태인데 ‘윗선’인 대통령에게 불쑥 질문서를 들이민 것”이라며 “누구의 입에서도 대통령과 관련한 언급이 나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물어볼 수 있다는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저 문 전 대통령이 서해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것, 그렇게 전임 대통령을 모욕주려는 마음만 급했던 것 아니냐”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벌여온 모든 소란의 종착지가 문 전 대통령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윤 대통령이 최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 과정에서 ‘외교 참사’·‘비속어 사용’ 논란 등에 휩싸인 점을 거론하면서 “검찰의 칼날을 휘두르며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이기에, 다시 검찰의 칼날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칼끝을 전임 대통령에게 겨눔으로써 우리 사회를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넣겠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휘두르는 칼날은 결국 윤 대통령의 발등에 꽂힐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정치 탄압에 대한 범국민적 저항운동을 제안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 조사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3일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감사원 서면 조사를 거부했다.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질문지 수령까지도 거부했다”고 비판하고 “문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준엄한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국가는 우리 국민을 지키지 못했고, 정부는 고인을 월북자로 몰아 고인과 유족들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렸다”면서 “책임 있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에 대해 답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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