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소설가 정유정(왼쪽부터), 장강명, 천선란, 김초엽.
■ 도서·웹툰·웹소설, 영화·드라마화로 활로 모색
대한출판協, 부산국제영화제 중 ‘저작권센터’ 운영
편집자 아닌 PD… IP 판매 염두두고 작가와 책 기획
레드독퍼블리싱 등 엔터사와 ‘선 소설·후 영상’ 협업
스토리 발굴 위한 문학상·공모전 등도 함께 개최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5일 개막하는 2022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저작권 센터’를 신설·운영한다. 도서·웹툰·웹소설 등 영상화가 가능한 원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국내 출판사들이 각국 영화·드라마 업계 종사자들과 판권 계약을 논의한다. 참여 출판사는 고즈넉이엔티·안전가옥·레드독퍼블리싱그룹·문학동네·민음사·은행나무 등 14곳. 영화제 사무국이 자체 운영하는 ‘북 투 필름(Book to Film)’ 마켓과 별도로 최근 K-콘텐츠 열풍 속에 IP 판매로 수익을 높이려는 출판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판계가 직접 사업 교류의 장을 마련한 것. 주일우 출협 부회장은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후 K-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덕분에 벌써 해외 제작사들의 미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서 인구 감소로 침체에 빠진 출판계가 영화나 드라마로 옮기기 좋은 IP 개발을 통해 새 활로를 뚫고 있다. 출판사들은 책 기획 단계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작가와 스토리 PD가 함께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을 시도하거나, 영화·드라마 제작사와 손잡고 IP 발굴을 위한 공모전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윤승일 고즈넉이엔티 이사는 “다양한 수익 활로를 마련하려는 출판사와 ‘돈 되는’ IP를 선점하려는 콘텐츠 제작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다양한 협업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집자’ 아닌 ‘PD’가 작가와 스토리 구성…출판사들의 변신
올해 영화제 저작권 센터에 참여하는 고즈넉이엔티와 안전가옥은 ‘IP 전쟁’ 시대 변화하는 출판계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회사들이다. ‘IP 개발 전문 출판사’를 내건 두 곳은 모두 작가와 소속 직원인 PD가 팀을 꾸려 아이템을 발굴하고 스토리를 짠다. 작가가 원고를 넘기면 편집자가 교정·교열을 보고 의견을 건네는 전통적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출판사 직원이지만, 처음부터 콘텐츠 제작사에 IP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특징을 반영해 ‘편집자’가 아닌 ‘PD’로 부른다. 주로 영화·드라마 분야 작가와 작업하는 고즈넉이엔티의 경우 그동안 출간한 소설 가운데 30개 작품에 대한 영화·드라마·웹툰 판권 계약을 완료했으며, 수출 실적은 40건에 이른다.
안전가옥은 고즈넉이엔티보다 후발 주자로 출발했지만, 천선란·듀나·심너울 등 유명 작가와 IP 전문 출판사 특유의 방식으로 작업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6쇄를 찍은 심너울 작가의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현재 2차 판권 계약을 추진 중이며, 이경희 작가의 ‘그날, 그곳에서’는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유명한 덱스터스튜디오와 영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출판사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질 때 제작사로부터 받는 판권료는 최소 3000만~5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과 비교하면 3~4배가량 뛰어올랐다는 것이 출판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억대를 호가하는 금액은 정유정·장강명·김언수 등 대형 출판사와 작업하는 A급 작가 소설의 판권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출판사-엔터사 협업도…先 소설 공개, 後 영상화
올해 5개 웹소설을 들고 저작권 센터를 찾는 레드독퍼블리싱그룹은 출판사와 콘텐츠 제작사가 확장성 있는 IP 개발을 위해 의기투합한 사례다. 이 회사의 모기업은 웹툰·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레드독컬처하우스이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종인 대표는 부산에 기반을 둔 장르문학 출판사 인디페이퍼를 이끌고 있다. 최 대표는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북 투 필름’ 마켓에 참여했을 때는 10건 정도의 미팅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두 배 이상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명 작가를 대거 보유한 에이전시인 블러썸크리에이티브의 문학 브랜드 자이언트북스 역시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CJ ENM과 손잡고 IP 발굴 프로젝트 ‘언톨드 오리지널스’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작가가 영상화를 고려해 집필한 소설을 먼저 공개한 뒤 이를 영상 콘텐츠로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배명훈 작가의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과 김중혁 작가의 ‘딜리터: 사라지게 해드립니다’가 먼저 출간됐으며, 앞으로 천선란·김초엽 작가의 작품이 차례로 나올 예정이다.
◇문학상·공모전도 출판사·콘텐츠 회사 ‘컬래버’
스토리 발굴을 위한 문학상이나 공모전도 늘고 있다. ‘IP 확장성’을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 삼는 이들 행사 역시 출판사와 콘텐츠 회사 간 협업으로 이뤄진다. 올해 1회 수상작을 낸 ‘K-스토리 공모전’은 쌤앤파커스와 리디북스·SLL(옛 JTBC스튜디오)이 공동 개최했다. 쌤앤파커스가 수상작을 책으로 출간하면 웹툰 및 영상 제작에 대한 우선적 권리를 리디북스와 SLL이 갖는 형식이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수여된 ‘문윤성 SF 문학상’에는 장르 전문 출판사 아작과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참여한다. 작품의 영상화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하기 위해 민규동(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허스토리’ 등 연출) 감독을 심사위원으로 초빙했다. 이와 함께 김초엽·천선란 작가 등을 배출하며 국내 대표 SF 문학상으로 자리 잡은 ‘한국과학문학상’은 동아시아 출판사의 SF 브랜드 허블과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함께 꾸린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허블이 출간한 2회 수상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영화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출은 데뷔작 ‘벌새’로 국내외 영화제를 휩쓴 김보라 감독이 맡는다.
나윤석·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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