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살인사건 증가율 30%에서 4%로 대폭 줄어...‘믿을 수 있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4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하이랜드파크에서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학생들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길을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FBI 새로운 통계취합시스템 출범에 지역 경찰 참여 저조
2020년 미국 인구 95% 수치 반영, 2021년에는 65%에 그쳐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증가율이 대폭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스템 변경에 따른 참여율 저조로 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수사국(FBI)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의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전년도와 비교해 4.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미국의 살인사건 증가율이 30%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년 만에 증가세가 크게 꺾인 셈이다.

강도 등 중범죄 발생 건수는 전년도보다 1% 감소했고, 강도율은 8.9%, 재산범죄율은 4.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FBI의 통계 집계 방식 변화 때문에 발생한 일종의 착시 현상으로 보고 있다. FBI는 각 지역 경찰이 제출하는 각종 통계를 취합해 미국 전체의 범죄에 대한 통계를 발표해왔지만, 올해부터 새로운 통계취합시스템을 출범했다. 이 시스템은 FBI가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개별 범죄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더욱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문제는 각 지역 경찰이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참여율이 저조했다는 데 있다. 마감일까지 2021년 전체 데이터를 제출한 기관은 52%에 그치며,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65%를 차지한다. 2020년 범죄 통계에는 미국 인구의 95%에 대한 수치가 반영됐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도시로는 뉴욕시,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등 대도시가 상당수다.

미주리대 범죄학자인 리처드 로즌펠드는 “살인 사건이 늘고 있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다”라며 “통계에 인구 40% 가까운 수치가 빠졌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FBI는 시간이 지나면 지역 경찰들도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통계도 더욱 정확해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