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술핵 실전사용 불사…확장억제, 한미 ‘핵 공동기획’ 으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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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섭의 Deep Read - 북핵과 확장억제

북한의 핵능력·핵교리 진화 중… ‘확증보복’ 넘어 ‘비대칭 확전’ 겨냥하는 ‘작전적 사명’ 까지 추진
핵사용 임계점 낮춘 북한 도발 대응 ‘맞춤형 확장억제’ 필요… 한미 ‘핵 정보공유’ 등 내용적 심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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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생할 것인가.” 냉전 시기 미국의 핵우산 의지에 우려를 표하며 했던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이다. 지금 같은 질문이 한반도에서도 제기된다. ‘서울을 위해 과연 워싱턴을 희생할 것인가.’ 미국이 자국에 대한 핵 보복을 감수하고 확장억제 공약을 이행하겠냐는 우려를 말한다.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강화하는 가운데서도 김정은 정권이 핵 위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나오는 이러한 의구심에는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 만약 세심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북핵 위협 억제는 물론 한·미 동맹의 결속력에도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런 우려를 해소할 방안은 없는가. 변화하는 북핵 위협의 실체는 무엇이고, 한·미가 확장억제의 현실화를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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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핵 독트린

지난 9월 8일 공개된 핵무력 법령은 북한이 지향하는 핵 독트린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법령 제1조는 북한의 핵무력이 ‘전쟁 억제’를 기본으로 하되, 억제 실패 시 결정적 승리를 위한 ‘작전적 사명’을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억제 이론에서 말하는 ‘확증 보복(assured retaliation)’과 ‘비대칭 확전(asymmetric escalation)’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지향한다는 의미다.

북한은 오랫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통해 미 본토에 대한 보복 능력에 주력해 왔다. 화성-15형, 화성-17형 ICBM, 북극성 계열 SLBM 등은 북한의 핵 교리가 대미 ‘보복적 억제(deterrence by punishment)’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은 전술핵을 실제 전장에 사용하는 ‘핵전쟁 수행 능력(nuclear war-fighting capability)’도 추구하고 있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등장하는 신형 단거리미사일(KN-23·24 등)이 그 방증이다. 북한이 공개한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전술핵 운용 부대들의 군사훈련’도 마찬가지다.

이는 북한의 핵 태세가 대미 확증 보복(전쟁 억제)에 그치지 않고 전술핵의 실전 사용을 불사하는 비대칭 확전(작전적 사명)까지 겨냥하는 것을 말해준다. 즉 한반도·일본 등에 대한 핵 타격을 통해 미 증원군 전개를 거부하는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를 말한다.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개입 비용을 높이는 비대칭 확전 태세 역시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 2% 부족한 확장억제

이처럼 진화하는 북한의 핵 능력과 교리 변화에 한·미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9월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가 개최됐다.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한·미의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아쉬움도 없지 않다. 미국의 공약 의지 확인이나 전략자산 적시 전개 등이 언급됐지만, 확장억제 메커니즘을 어떻게 심화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내용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흔들림 없는 공약 재확인” “양국 공조 강화”라는 수사적 표현 외에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 것인지, 향후 어떤 모습으로 한반도 ‘맞춤형 억제(tailored deterrence)’ 태세가 구축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향후 한·미는 단순한 메시지 관리를 넘어 확장억제의 내용적 심화와 제도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공동 기획 을 강화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해 주는 차원이 아니라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핵, 비핵 옵션이 강구될 것인지 양국 간 협의 수준을 심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핵 능력과 기획 절차 등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또 평시나 위기 시 미 전략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핵 타격 기획과 옵션 식별에 한국군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될 필요가 있다.

◇ 심화와 제도화

핵무기 사용은 미국 대통령의 배타적 권한에 속하고, 동맹국일지라도 핵과 관련해서는 작전적 수준의 참여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태세가 핵전쟁 수행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확장억제가 구두 공약 수준에 머무를 수는 없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방식처럼 상설 실무조직을 만들어 1년에 두세 차례 열리는 고위급 협의체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메시지 발신의 차원을 넘어 확장억제 실행과 관련한 문제를 군사적으로 깊이 있게 검토하고, 한국의 입장을 반영할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략자산 전개나 한·미 연합훈련은 북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수단이다. 그러나 이것이 확장억제 노력의 근간이 되는 건 문제가 있다. 북핵 위협에 대해 이제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확장억제의 심화와 제도화로 대응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또 대북 억제력 강화와 함께 위기 안정성에도 유의하며 북핵 위협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북한 전술핵의 실전 전력화 위협으로 북한의 핵 사용 임계점은 더욱 낮아졌다. 그만큼 오판과 사고로 인한 우발적 핵전쟁의 위험성도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억제의 실패 못지않게 위기 안정성의 실패를 경계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가 한·미 양국에 주어진 셈이다.

확장억제의 효과에 대한 지나친 불신이나 과도한 비관주의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냉전 당시 미 본토는 수천 기의 소련 핵미사일에 노출돼 있었으나, 나토의 확장억제는 냉전의 압력을 견디며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서유럽인들의 일부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소련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도전하는 데에는 너무 큰 위험이 따랐기 때문이다.

◇ 억제는 심리작용이다

확장억제는 본질상 확실성이 아니라 개연성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대 한반도 확장억제의 경우도 미국의 전 세계 동맹 시스템의 신뢰도와 비확산체제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 핵우산이 찢어졌다고 너무 쉽게 속단할 수 없는 이유다.

억제는 일종의 심리작용이다. 따라서 확장억제에 대한 지나친 불신은 우리 스스로 억제 효과를 허무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확장억제에 내재된 어려움을 인식하되 내용적 심화와 제도화 노력을 통해 억제의 실효성을 높여가는 것, 이것이 확장억제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안보 및 대외정책의 방향이다.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 용어설명

‘확장억제’는 핵전략 용어로, 핵우산의 구체화한 표현. 미국이 동맹국을 제3국이 핵 무력으로 위협 혹은 공격할 때 미국의 억제력을 동맹국에 확장해 제공하는 것. ‘확장억지’와 같은 개념.

‘비대칭 확전’이란 ‘확증 보복’과 함께 신흥 핵 보유국이 구사하는 핵전략 중 하나. 확증 보복에서 나아가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통해 적대세력의 군사력 사용을 억제하는 전략.

■ 세줄 요약

북한의 핵 독트린 : 북은 ‘확증 보복’과 ‘비대칭 확전’ 두 개의 핵전략을 지향. 특히 전술핵의 실전 사용을 불사하는 핵전쟁 수행 능력을 추진 중. 이는 현재의 확장억제가 한국 안보를 온전히 지킬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

2% 부족한 확장억제 : 북한 핵 능력과 핵 교리는 진화 중. 한국과 미국의 확장억제 역시 한·미 연합훈련이나 전략무기 전개 등 차원을 넘어 내용적 심화와 제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함. 즉 ‘맞춤형 억제’ 태세를 구축할 필요.

심화와 제도화 : 미국 핵 능력에 관한 정보 공유, 핵 타격 기획에 대한 공동참여 방안 모색될 필요 있음. 확장억제에 내재된 어려움을 인식하면서도 그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면서 억제의 실효성을 높여가는 정책 추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