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기술 이해 부족에 특허소송 지연…“변리사에 공동대리인 역할 부여해야”

변호사의 기술 이해도 떨어져 특허 민사소송 심결취소보다 70일 더 걸려
변호사가 대동한 변리사에게 기술 관련 의견 쪽지로 전달받기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전 특허법원. 네이버 사진 캡처

정보기술(IT) 발달과 문화 콘텐츠 확산 등으로 특허 관련 소송이 늘고 있지만, 특허 소송에 참여하는 변호사의 기술 이해도가 떨어져 소송이 크게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특허 관련 민사소송에서 변리사에게도 소송 대리인 역할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2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특허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법원에서 처리한 특허 관련 민사 항소의 처리 일수는 심결 취소 소송보다 평균 70일 이상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심결 취소 소송 처리 일수는 2017년에 비해 58일 늘어난 데 반해 같은 기간 민사 항소 처리 일수는 126일 증가해 민사소송 지연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법원은 산업재산권 관련 특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고등법원급의 전문법원으로, 특허심판원에서 올라 온 ‘심결 취소 사건’(특허권 범위 등을 다툼)과 특허 침해 등으로 제기된 ‘민사항소 사건’(손해배상 등)을 담당한다.

심결 취소와 민사소송의 처리 기간이 다른 이유는 특허 소송이 고도화·전문화하는 가운데 민사소송에 참여하는 변호사의 기술적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심결 취소 소송은 변리사도 대리할 수 있지만, 특허 관련 민사소송은 변호사만 가능하다. 변호사가 변리사에 비해 기술 이해도가 떨어져 제대로 된 변론을 하기 어려워 소송 기일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의원실에 따르면 기업이 특허 침해와 관련된 민사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변호사가 기술적 내용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변론 기일을 다시 잡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일부 변호사는 대동한 변리사로부터 기술적 내용을 전달받는 ‘쪽지 변론’을 하는 실정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법정에서 변호사 혼자 답변하기 어려운 기술적 내용에 대해 변리사가 쪽지로 발언 내용을 전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변리사도 특허 관련 민사소송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21대 국회 들어 지난 2020년 11월 변리사가 특허 관련 소송에서 공동대리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일본은 변호사의 기술적 대응 부족을 특허 침해 소송 지연의 원인으로 보고 지난 2003년부터 변리사들도 변호사와 함께 특허 침해 소송 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