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임계점 넘은 마약 확산과 검찰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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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0-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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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에 ‘마약과의 전쟁’을 지시했다.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든 마약 범죄와 관련해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 청정국의 확고한 지위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하라”며 특단의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그에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도 국내에서 최근 급속도로 확산하는 마약 범죄에 대해 “임계점을 넘었다”며 검찰의 강력한 마약 수사 의지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1∼7월 마약사범이 1만 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증가했으며, 이 추세라면 올 연말 마약사범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은 10여 년 동안 11배 넘게 급증했다. 마약류 거래는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 보안 메신저, 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고, 국제우편과 항공 특송 등 해외 직구 형태의 마약 거래가 급증하고 있어 마약 단속과 수사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문화일보 9월 29일, 10월 14일 자 참조)

특히, 마약 구매 단가가 낮아지고 국내 반입이 쉬워지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마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 밀수된 마약 중 가장 많이 적발되는 필로폰은 1g(약 3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에 70만∼80만 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이를 환산하면 통상 1회분 필로폰 가격이 2만4000원대까지 낮아진 것이다. 그만큼 유통량이 많아지고, 구입하기가 쉬워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사 당국의 추적과 적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 특송 화물 등으로 위장해서 반입할 뿐만 아니라, 은밀하게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마약류 수사 범위가 대폭 제한됐고, 이 때문에 마약 관련 사건에 대한 심각한 수사 공백과 통합조정기능(컨트롤타워)이 약해졌으며, 그 결과 국가 전체 마약 통제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검수완박 논의가 한창이던 때 ‘수사로 인한 정치적 편향이나 공정성 문제가 야기될 우려도 없는 검찰의 마약 수사 기능을 폐지 또는 제한할 경우 수십 년간 쌓아온 마약 단속 전문 수사력과 국제 공조 시스템이 무너지고 결국 국가 마약 통제 역량이 약화될 것’이란 지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나마 최근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경제범죄의 범위에 마약 유통 범죄가 포함돼 검찰의 마약 수사가 다시 가능해졌다.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부산지검·광주지검 등 4곳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해서 국제 마약류 밀수, 다크웹 등 인터넷 마약류 유통, 의료용 마약류 불법 유통 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마약의 폐해를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약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일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아주 무섭고 병적인 존재다. 먼 나라나 영화 속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이웃들에 마약이 이처럼 쉽게 노출돼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번에 발표한 마약과의 전쟁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기대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강한 의지를 갖고 수사와 단속에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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