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론>美 금리 폭주, 글로벌 역풍 심상찮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10-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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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IMF.WB 총회 强달러 성토 주목
美 금리 인상, 유럽 불만 ‘균열’
이미 신흥국은 외환 위기 확산

‘트리핀 역설’ 달러 모순 내재
기축통화 파장은 美에도 책임
달러 불신, 中에 반격 빌미 줘


얼마 전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는 이례적이었다.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촉발한 강(强)달러에 대놓고 불만을 쏟아냈다.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달러화 유출 우려로 경제 위기를 부른다고 성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해 “경기 침체를 수출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을 채무 불이행 국가로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도 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달러화를 유일 기축통화로 하는 시스템을 지탱하는 두 축이다. 이런 기관들의 총회에서 달러화 비판이 빗발친 것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미국의 최대 파트너인 유럽의 큰 불만이 주목된다. 최근 유럽연합(EU) 고위 인사가 “Fed가 금리를 올리면 모두 자국 화폐가치가 떨어질까 봐 같이 금리를 올린다. 결국 이것이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날 선 비판을 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스위스의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자본 부족으로 파산 위기설에 몰린 것도 배경으로 보인다. 심지어 과잉 유동성 때문에 벌어진 금융 위기를 유동성 살포로 대응한 ‘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조차 Fed가 지난해 “물가 급등은 일시적”이라고 외면했다가 뒤늦게 금리를 대폭 올리는 것을 실책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그래도 유럽은 유로화로 뭉쳐 있어 미국이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국가부도 같은 사태는 없다. 원화보다 가치가 더 추락한 엔화의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신흥국들은 초비상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엘살바도르·스리랑카 등 12개 개도국의 국가 부도 위기를 경고했다. 이집트·튀니지는 최근 IMF와 구제금융 협의까지 마쳤다. IMF가 각국에 빌려준 돈이 지난 8월까지 1400억 달러로 역대 최대인 실정이다. 세계 10위권인 한국도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

사실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 결제 통화용으로 달러화를 충분하게 공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바로 이로 인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물가 상승 압력도 받게 된다. 대량의 달러 발행과 통화 가치 하락·물가 상승은 모순이지만 미국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른바 ‘트리핀의 역설’이다. 여기에 대규모 재정지출까지 겹치면 폐해는 더 커진다.

Fed의 목표는 물가안정과 고용 최대화, 즉 성장이다. 미국 중앙은행으로서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 긴축이 잘못일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중앙은행과는 달리 기축통화를 관리하는 만큼 미국만 고려한 정책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달러 수급의 급변화는 전 세계에 파급효과를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에게도 동조하기 어렵다. Fed가 벌인 일로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는데 “강달러는 논리적 결과” “환율은 시장에서 정해진 것”이라는 원론적 언급이나 “복합 위기 해결을 위해 각국이 집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각국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미국 경제학자의 59%가 “Fed의 과도한 금리 인상이 불필요한 경기 부진을 유발한다”고 분석하는 것과도 거리가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세계 경제는 걱정된다”고 언급한 것에도 못 미친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인 이상 미국의 현안인 고물가만 해결하면 그뿐이란 인식은 부적절하며 또 위험하다. 내년 미 경기가 침체하면 다시 금리를 낮추고 달러를 살포해 세계에 또 거품을 만들어 위기의 싹을 심어도 그만이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경제·안보 동맹을 구축하는 중이다. 한국 동참도 당연하다. 바이든 정부가 동맹 차원을 넘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등의 중국 수출 금지까지 나가도 자유 진영이 합세하는 것은 보편타당한 가치에 근거하고 있어서다. 미국이 자국의 이해만 앞세우다간 달러 불신을 키우고 내부 분열을 자초하는 자해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 마침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장기집권을 확정하고 사회주의 동맹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미국이 최대 경쟁국이라는 중국에 IMF에 대항하는 아시아펀드 추진 등 반격할 빌미를 주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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