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먹이 많은 곳… 도시는 이미 야생동물의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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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0-21 09:07
업데이트 2022-10-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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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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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이는 마을이 구석기인들이 살던 곳이에요.” “구석기인들도 우리랑 땅 보는 눈이 같네요.” 전곡선사박물관 이한용 관장과 함께 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봉우리에 올라가서 나눈 이야기다. 그렇다. 구석기인이나 현대인이나 살고 싶은 지역은 같다. 동물들은 어떨까.

도시는 인간을 위한 곳이다. 얼지 않는 육지 가운데 도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2%에 불과하지만, 세계 인구의 56%, 한국인의 92%, 캘리포니아인의 95%가 도시에 산다. 도시가 생존에 꽤 유리하기 때문이다. 철새들은 도시를 따라 이동한다. 도시의 불빛을 지도처럼 이용하는 게 편하기도 하지만 날씨가 온화하고 식량과 물을 구하기 쉬운 강과 해안선을 따라서 도시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 세워진 곳은 원래 동물들이 먹이를 구하기가 좋은 곳이었다. 생물학적으로 다양하고 풍성했다. 하지만 도시로 몰려온 인간들이 식량과 이동수단으로 가축을 키우면서 야생동물들이 사라졌다. 자동차가 등장하고 소와 말이 도시에서 사라진 후에야 도시에서 밀려난 야생동물들이 돌아올 수 있었다.

도시인에게 동물이란 더럽고 귀찮은 존재였다. 20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마을에 나타난 다람쥐를 혐오하던 이들이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었다. 법이 생기자 야생동물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야생동물들이 자신의 서식지에서는 더 이상 먹을 것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괜찮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있다. 마치 숲처럼 풍성한 먹이를 사계절 제공하는 도시가 바로 그것이다.

지구의 생명체들이 도시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도시는 따뜻하다. 식물도 더 빨리 꽃이 피고 생장 기간이 길다. 추운 곳에서는 1년에 한 번 새끼를 낳는 동물이 도시에서는 두 번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있다. 사람들이 내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는 1년 내내 풍성한 먹이가 된다.

여전히 도시의 빛과 소음을 견디지 못하는 도시 회피종도 있지만 많은 동물이 도시에 적응했고, 심지어 집쥐와 참새 같은 도시 착취종도 있다. 도시 적응종과 착취종은 인간 사이에서 살아갈 준비를 마쳤다.

환경학자 피터 S 알레고나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우연한 생태계라고 부른다. 그의 책 ‘어쩌다 숲’(이케이북)은 도시라는 우연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동물이 돌아오는 과정을 인간과 동물의 시점으로 추적한 기록이다. 도시 생태계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각종 자료로 설득하는 멋진 책이다. 동물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이들을 다시 받아들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제는 돌아온 동물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을 때다.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어떤 자연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도시생태학자 최성용의 ‘동네에서 자연을 관찰하는 9가지 방법’(에이도스)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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