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옳지 않아” vs 전재수 “선택여지 없어”...‘시정연설 보이콧’ 시각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해외 순방 중 ‘뉴욕 발언 논란’, 종북 주사파 발언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시정연설이 이뤄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국회사진기자단

박 전 원장, 尹 정부 측 지적하면서도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장소는 국회”
전 의원, ‘시정연설, 의미 중차대’ 인정
“野, 맞서 싸우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전날(2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이콧 한 것에 대해 야권에서 일부 시각 차이가 나타났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당 복당을 추진 중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6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의 이번 보이콧에 관해 “옳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국회를 향해 언급했다는 ‘이XX’ 발언과 최근 이재명 대표 측을 향한 검찰 수사에서 당사 안에 있는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점 등을 이유로 전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그러나 박 전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를 제시하며 야당의 보이콧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는 국회다. 국정감사 보이콧 하지 말고 들어가라’ 그 두 가지로 내 말을 딱 듣더라”며 “그런데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원장은 “그래도 민주당이 금도를 지켜서 대통령이 입장할 때 침묵을 지켜준 것은 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전 원장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윤 대통령과 검찰 측의 책임도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최소한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 의해서 발부됐으면 (시정연설 후) 하루 정도 (이후에), 또 국정감사 중에 (집행)한 것은 검찰의 선택이 잘못”이라며 “그렇지만 (민주당이 집행을) 받아들여야 된다. 그리고 어제 받아들였지 않나”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9일 민주당의 반발로 불발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24일 2차 시도에서 집행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 측 변호인의 입회하에 그가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혐의와 관련된 자료들을 선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원장은 또 민주당이 문제 삼고 있는 ‘이XX’ 발언을 대통령실 측이 부인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건 국민을 바보로 생각을 하는 것”이라며 “김은혜 대변인(홍보수석)이 ‘이XX는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향해서 했다’ 분명히 말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 대통령이 옳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 전 원장의 보이콧 비판과 달리 민주당 측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사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정치적 의미가 굉장히 중차대한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안 들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대통령이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예를 들면 국제 정치무대에서 자국의 국회의원을 향해서 ‘이XX’, 이것은 상상이 안 되는 것이다. 헌정사에서 자국 국회의원들을 향해서 욕을 하는 대통령을 본 적 있냐”며 “뿐만 아니고 시정연설 하루 앞두고서 야당 당사 압수수색을 한다든지, 이것은 야당이 시정연설 본회의장에 들어올 수 없도록 대통령과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또 “지난 70년 동안 정치권이 지지고 볶고 싸우고 오면서 불문율이 있다”며 “(야당을) 엄격하고 가혹하게 수사하더라도 그 시기와 장소가 있고, 또 협력할 건 협력하고 수사할 건 수사하고 이런 우선순위라는 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 당사는 시정연설 끝나고 난 뒤에 수사에 꼭 필요하다면 그 뒤에 수색을 한다든지, 아니면 임의제출 방식으로 서로 한발 양보해서 영장을 집행한다든지 이런 불문율”이라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정치의 본령은, 정치는 칼로 하는 게 아니다. 말로 하는 것”이라며 “지금 윤 대통령은 말이 아니고 칼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야당은 방법이 없다. 맞서 싸우는 것 외에는”이라며 “그래서 사실은 이렇게 중차대한 시정연설에 들어갈 수가 없는 그런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다른 의견은 없었냐’는 질문에 “보이콧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