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김정은에 ‘담대한 비수’ 될 인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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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0-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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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주민 인권침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위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및 유엔총회의 특별재판소 설치가 국제 무대에서 논의되고 있다.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27일 제77차 유엔총회 3위원회에서 추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50년이 넘도록 최악의 인권 문제 탄압으로 국제사회의 지탄받는 북한이지만,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인권 개선에 대해 외면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북한 인권 문제를 ‘성역’으로 여기다시피 했다. 다행히, 북한의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은 탈북민들이 해 왔다.

우선, 북한 주민들은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북한에서는 출신 성분에 따라 군대를 갈 수 있는 자와 갈 수 없는 자, 대학을 갈 수 있는 자와 갈 수 없는 자 등 신분 상승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말살된다. 출신 성분의 기준은 모호하고 원시적이다. 노동당이 규정한 것이 곧 출신 성분이고 출세와 몰락의 잣대다. 해방 전에 할아버지가 종교를 믿었어도 오늘 태어나는 고손자 또한 종교인 신분으로 분류돼 절대적 탄압을 받아야 한다. 일제강점기 때 삼촌이 지주였다면 오늘 태어나는 그의 후손들도 지주의 신분이어서 당원이 될 수 없고, 군복도 입을 수 없다.

생존권은 또 어떤가?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외친 ‘허리띠를 더 이상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는 공약은 물거품 된 지 오래다. 북한 주민, 특히 어린이와 노인의 3분의 1이 영양실조 환자다. 올해 북한의 벼생산량은 겨우 136만t이다. 2550만 북한 주민이 1년을 먹고 살려면 약 500만t의 식량이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의 주식 농작물 생산량은 벼와 옥수수를 합쳐도 매년 400만t을 조금 넘을 뿐이다. 그것도 평양의 고위층과 군대가 거두어가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다행히 장마당이 생겨 주민들의 식의주를 조절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장마당마저 황폐화해 굶주림에 허덕이는 주민들의 목숨은 경각에 달렸다.

열악한 인권 실상은 북한 통치자들이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아킬레스건이다. 그런데 문 정권은 북한 독재자들의 편에 서서, 목숨 걸고 탈북해온 두 청년에게 안대를 씌우고 결박해 판문점을 통해 강제로 북송하는 희대의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 탈북민들을 인질로 삼아 김정은을 기쁘게 하려는 이들은 예외 없이 김일성주의자다. 두 탈북 어민(청년)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면 바로 단두대에 올라서야 한다는 사실을 문 정부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문제는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범행에 가담한 이들에게는 마땅히 사법적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오늘 당장 7차 핵실험을 한다고 호언장담해도 우리 정부에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평화와 인권 투 트랙으로 북한을 압박하면 바로 그것이 북한 김정은 정권에는 두렵고도 ‘담대한 비수’가 된다. 문 정부 지지자들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여야 정쟁 거리로 만들어 ‘신(新)북풍몰이’라고 역공을 편다. 이들이 국제 ‘강제송환금지(non-refoulement)’와 북한인권법 이행 연계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윤석열 정부는 더 고민할 필요 없다. 그저 진실에 입각해 북한 인권 문제를 있는 그대로 온 세계에 낱낱이 폭로해 77년 독재의 아성을 뒤흔들어야 한다. 우리가 인권의 비수를 들이대고, 한발 더 나아가 대북 확성기 방송 등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외친다면 김정은 정권도 7차 핵실험을 단념하지 않을 수 없는 궁지에 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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