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9일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길의 모습. 권승현 기자
골목길 폭 5M 불과…대로와 통하는 골목길도 2개
“광장이 아닌 곳에서 수만 명 결집하는 것 자체가 문제”
“주최자 없는 자발적 축제…안전관리 주체 없어”
경찰, ‘안전관리’ 아닌 ‘범죄예방’ 목적 경력 투입해 사고 예방 역부족
‘비탈진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밀집해 축제를 벌이는 이태원만의 축제 방식이 이번 사고의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특정 단체가 주최하는 방식이 아닌, 좁은 길에 자발적으로 모여 즐기는 방식이어서 안전 통제를 할 주체가 딱히 없었다는 점도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사람들이 모이기 전 200여 명의 경찰 인력을 투입했지만, 이번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30일 문화일보 취재진이 이번 사고가 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3길 및 해밀톤 호텔과 이마트24 편의점이 마주한 좁은 골목길은 찾은 결과, 폭이 5M에 불과한 이 길은 비탈진 데다 좁아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기에는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상인 및 시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같은 대규모 핼러윈 축제가 아니라 평소 주말에도 조금만 사람이 모여도 통행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가 된다고 했다. 한 시민은 “사실 이곳은 광장 같은 곳이 아니어서, 축제가 열리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곳”이라며 “그럼에도 무슨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이 골목에서 사람들이 모여 젊음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대로와 통하는 대피로 역할을 하는 통행로가 거의 없는 지형 구조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고가 난 구간인 해밀턴호텔(이태원역 1번출구 쪽)에서 녹사평역 방향으로 140M가량 길에서 대로로 나올 수 있는 길은 2곳에 불과하다. 일시에 사람들이 이 골목으로 쏟아져 나오면, 4~5겹의 사람들이 깔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시민들의 대피도 구급대의 진입도 어려웠다. 또한 소방당국 및 경찰의 부상자 이송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벽 이태원에서 문화일보 취재진과 만난 우즈베키스탄인 베그조디 씨는 “뒤에서부터 일시에 사람들이 쓰러졌다”며 “해밀톤 호텔 인근 한 골목에 있는 술집에서 나오려는 사람과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겹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사실상 원하는 방향으로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전하고 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노마스크’ 핼러윈축제가 열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인 것도 사고를 키웠다. 경찰은 하루 10만 명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경찰관을 배치하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이태원에 최초 배치된 경찰 200여 명은 안전사고 예방이 아닌 마약 및 성범죄 단속을 위해 투입됐다고 한다. 경찰은 29일 밤 위험 징조가 보이자 1개 차선을 열었지만, 수많은 인파를 감당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다수 사람들이 술에 취해 있고, 코스튬 복장 등이 대피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30일 사고원인에 대해 “핼러윈 행사 중 인파가 넘어지면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편 소방당국은 이날 벌어진 사고로 30일 오전 6시 현재 149명이 숨지고 76명이 다쳐 모두 2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오전 4시 기준 사망자는 146명이었지만 부상자 중 일부가 치료 중 숨지면서 149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중 104명은 여러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45명은 현장에서 숨져 원효로 다목적실내체육관으로 시신이 임시 안치됐다가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부상자 76명 중 19명이 중상인 것으로 파악돼 추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외국인 사상자는 사망 2명과 부상 15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 주한미군이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권승현·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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