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부터 스타벅스 CEO까지…지구촌 움직이는 ‘인디언 파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Global Window - 글로벌 영향력 넓히는 ‘인도계’

수낵 총리는 이민자 3세 출신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부터
포르투갈·모리셔스 총리까지

MS · 구글 · 샤넬 · 스타벅스 등
세계적 기업 CEO로 맹활약

대부분 이민 뒤 명문대학 진학
혼재된 자국문화 따른 ‘적응력’
영어 익숙한 언어 환경도 한몫

인도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등장으로 전 세계를 움직이는 ‘인디언 탤런트(Indian Talent)’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인도계는 전 세계 정계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CEO에 올라 세계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수낵이 영국의 총리가 되면서 이제 인도계의 도약을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인도계들은 10년 또는 15년 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서구 세계에 혁명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계를 주도하는 인디언 탤런트 = 영국 총리와 미국 부통령, 포르투갈 총리의 공통점은 모두 인도계라는 점이다. 수낵 총리는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 이주한 이민 3세다. 영국 명문 고교인 윈체스터 칼리지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대 PPE(철학·정치학·경제학),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에서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골드만삭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35세에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내각에서 주택공공자치부 차관을 지냈고, 2020년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내각에서 재무장관에 임명되며 본격 총리 물망에 올랐다.

영국에 인도계 수낵 총리가 있다면 미국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이민자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자메이카 이민자이고 어머니가 인도계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검사장,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등을 거쳐 2017년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되며 중앙 무대에 진출했고, 2020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부통령으로 낙점돼 조 바이든 행정부에 합류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취임했을 때 외가 고향인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시골 마을에서는 폭죽이 터지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도 인도계다. 코스타 총리의 아버지는 포르투갈령이었던 인도 서부 고아주 출신이며 어머니는 포르투갈인이다. 올해 1월 조기 총선에서 코스타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이 승리하면서 코스타 총리는 2015년 이래 세 번째 총리직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인도양 섬나라 모리셔스의 총리 프라빈드 주그노트도 인도계 인물이다. 주그노트 총리는 내각에서 농업부 장관, 기술혁신부 장관, 경제부 장관 등 여러 주요 직책을 역임하다가 2017년 1월에 총리직에 올랐다.


◇빅테크부터 펩시, 스타벅스, 샤넬까지 = 산업계에서도 인도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에서도 그 규모와 시장 영향력이 가장 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2014년 2월 인도계 출신 CEO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다. 나델라 CEO는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엘리트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망갈로르대 산하 마니팔 공대에서 전기공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서 시카고대 MBA 과정에 재학 중이던 1992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22년 만에 47세의 나이로 수장 자리를 꿰찼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도 잘 알려진 인도계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출신인 그는 인도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로 불리는 인도공대에서 공학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받았다. 미국 반도체 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컨설팅 업체 맥킨지를 거친 피차이는 2004년 구글에 입사했고, 입사 11년 만에 45세의 나이로 CEO가 됐다. 2019년 12월부터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 CEO도 겸하고 있다.

인도계의 약진은 비단 기술업계로 한정되지 않는다. 전통 산업계에서 인도계 CEO를 대표하는 펩시의 인드라 누이 전 CEO는 지난 2006년부터 펩시를 12년간 경영해왔다. 올해 초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역사상 최초로 발탁한 비백인 CEO 역시 인도계 영국인 리나 나이르였으며 지난 9월 스타벅스의 새 CEO로 선임된 랙스먼 내러시먼도 인도계다. 블룸버그는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재의 원천”이라면서 “오늘날 미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인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열, 영어, 적응력 3박자 = BBC는 이들의 성공신화 배경에 높은 학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모국인 인도나, 이민 뒤 영국·미국 등에서 최고의 대학에 진학했다.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한 수낵 총리는 물론 기술 분야의 CEO들은 인도공대 등 상위권 대학을 나와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석·박사를 땄다. 특히 미국으로 건너온 인도인들은 대부분 고학력자로 약 70% 이상이 학사학위 이상 소유자다. 미국 전체 인구의 30%에 불과한 비율에 비하면 확연히 높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인도 부모들은 교육이 사다리를 올라가는 확실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인도인들은 영국과 미국 등에서 언어장벽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는 오랜 기간 영국 식민 지배를 받은 역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근대사에서 수많은 외국의 영향력에 시달렸던 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나온다.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 가운데 수십 개의 언어, 수백 개의 신이 뒤섞여 살아가야 하는 인도의 혼재된 문화 역시 적응력과 포용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타일러 카우언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인도인들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정복자에게 시달린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의 영향을 흡수하고 합성하는 데 능숙했다”면서 “그것은 특히 인도 인재들이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매우 다른 외국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