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악장만으로도 형식 · 음악성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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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1823년 음악협회 명예회원 되자
새교향곡 헌정 약속… 1, 2장 보내
서랍에 묻혔던 악보 30년후 발견

흔히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비창’, 그리고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일컬어 세계 3대 교향곡으로 꼽는다. 특히 ‘미완성 교향곡’으로 불리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8번 b단조는 브람스나 브루크너의 교향곡에도 큰 영향을 끼친 낭만주의 음악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거의 모든 작곡가는 미완성 작품을 한두 곡씩은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작곡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창작을 위해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 미완성이라 불리는 걸작들은 그 작곡가의 유작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경우가 다르다. 언제 작품을 중단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슈베르트가 이 작품을 착수한 시기는 1822년 10월로 당시 나이 25세였다. 슈베르트는 남들보다 반절도 못 살아낸, 겨우 31살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점을 감안하면, 아직 6년이라는 삶이 더 남아있던 시기이다. 슈베르트는 31살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1000여 편의 작품을 남긴 다작의 작곡가. 일필휘지로 단숨에 그려냈던 작곡가로 유명하다. 그런 슈베르트가 이 작품은 왜 미완성으로 남겨뒀던 것일까?

1823년 4월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 ‘슈타이어마르크 음악협회’의 명예회원으로 위촉된다. 그가 자주 이 지역을 방문해 작품을 선보였던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었다. 이는 26살 작곡가 슈베르트의 생애 첫 공식 타이틀이자 그가 세상에서 맛봤던 첫 성공이었다. 슈베르트는 자신을 명예회원으로 위촉해준 협회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자신의 새로운 교향곡 한 점을 헌정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약속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작품의 진전은 더디기만 했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슈베르트는 아직 완성은 안 됐지만 성의를 보이기 위해 교향곡의 1·2악장과 3악장 스케르초 앞부분의 몇 마디를 서신으로 우선 보내게 된다. (보통 교향곡은 4악장이다.) 슈베르트의 교향곡을 수신한 협회는 이어 도착할 나머지 3·4악장을 기대하며 악보 뭉치를 서랍 속에 고이 보관한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러 1828년 11월 슈베르트는 세상을 떠났고 협회에 보냈던 그의 교향곡 또한 기억에서 잊힌 채 서랍 속에서 깊은 잠에 들게 된다. 그로부터 30여 년 후인 1860년 3월, 협회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채 잠들어 있던 슈베르트의 미공개 교향곡을 발견했고, 작품은 1865년 12월 마침내 빈에서의 초연을 통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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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왜 미완성으로 남았는지에 대한 음악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매독의 악화로 인한 건강 문제라는 이야기도 있고 슈베르트의 고질병인 건망증이라는 설도 있다. 이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 슈베르트는 미리 수임료를 받았던 ‘방랑자 환상곡’을 서둘러 작곡하다 그만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정확한 이유를 알 순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단 두 악장만으로도 형식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완벽한 짜임새로 완결성을 갖는 걸작이라는 점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