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이태원 참사는 軍경계 · 지휘 타산지석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2-11-11 11:34
기자 정보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폰트
공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철용 前 대북감청정보사령관, 예비역 육군 소장

지난 10월 29일 밤 서울 이태원 핼러윈 축제 때 일어난 전대미문의 압사 참사는 청천벽력이었다. 참사 소식을 뉴스를 통해 처음 접했을 때는 먼저 안타깝다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21세기에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했는지 의구심이 들면서도 어쩌면 불가항력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 보도를 보니 불가항력이 아니었다. 156명이 목숨을 잃은 이번 사고는 인재(人災)였다. 사고 4시간 전에 한 시민이 경찰 ‘112’에 압사 사고 위험이 있다는 신고를 했다. 이후에도 같은 내용의 신고 10여 건이 더 있었다고 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대처했어야 했다. 그런데 설마 사고가 나겠어 하는 마음이었던지 수수방관했다. 상황 처리에는 경중완급(輕重緩急)이 있다. 인명 구조보다 더 급하고 중한 일이 어디 있는가?

이는 상황 조치 훈련이 안 된 결과다. 이번에는 1개 소대나 중대 병력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1개 분대 정도의 경찰이 형광등 곤봉을 들고 호루라기를 불면서 사람들이 좁은 골목길로 진입하지 않도록 통제했더라면 됐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용산경찰서장은 차량으로 현장으로 가던 도로가 막혀 뒤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사후약방문이 되고 말았다. 전쟁 시 도로가 폭파돼 군용 지프가 갈 수 없어 연대장이 전선에 늦게 도착하는 격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경우 연대장은 산길을 타고서라도 적시(適時)에 도착해야 한다.

솔선수범 진두지휘도 아쉬운 대목이다. 1968년 1·21 청와대 기습사건 당시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총경이 자하문 초소에 직접 나가 북한 124군 김신조특수부대 31명과 교전하다가 순직했다. 경찰의 이런 국민 안전 책임감은 어디로 갔는가? 군에서는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지휘관이 진두지휘한다.

파출소장은 군의 소대장·중대장에 해당한다. 6·25전쟁 때 다부동전투에서 부하가 돌격을 머뭇거리자 사단장 백선엽 장군은 권총을 빼 들고 전진하면서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쏘라”고 외쳤다. 그러자 부하들이 용기를 얻어 돌격해 고지를 점령했다. 용산경찰서장은 백선엽 장군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용산서장은 사단장보다 더 높은가? 경찰서장은 군의 대대·연대장 계급에 해당한다. 군대는 각 지휘관이 휘하의 운용 가능한 전력으로 전투를 한다. 증원군이 없을 경우가 많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번 참사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사전에 압사 위험 신고, 즉 사전 정보가 있었는데도 경찰이 대처를 잘못했다는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 문제는 ‘선(先)조치 후(後)보고’가 원칙이다.

또 하나, 이번 참사에서 드러난 지휘보고 지연 문제는 심각했다. 경찰청장의 경우 고향 지역의 캠핑장에서 자던 중이어서 2회에 걸쳐 소통이 되지 않다가 밤 12시가 넘어서야 통화가 됐다고 한다. 경찰 총수는 항상 수행 경찰이 지근(至近)거리에 있어 비상 상황 보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의 여단장급 이상 장군 지휘관인 경우 부관이 24시간 밀착 수행하는 것은 비상시에 대비한 연락 방법의 이중장치다.

지금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정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9·11테러 당시에는 미숙한 정보 처리가 문제였지만, 미국민은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연방수사국(FBI) 국장 그리고 뉴욕시장과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우리도 책임 추궁보다 재발 방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끝으로, 군에서도 전대미문의 청천벽력 같은 이번 이태원 참사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는 계기가 돼야 한다.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