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의 시론>민주당 죽이는 ‘이재명 늪’

  • 문화일보
  • 입력 2022-11-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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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문재인 풍산개와 이재명 욕설
민주당에도 부담될 인성 상실
이젠 李 수렁에 당 전체 허우적

시대에 부응 못 해 자살 길 갔던
英 자유당 日 민주당 타산지석
李 분리하고 합리 지향 땐 활로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간절한 믿음을 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파양(반환)은 이런 염원까지 배신했다. 이것저것 따지기에 앞서 금수(禽獸)도 ‘기른 정’을 그렇게 내치진 않는다. 지난해 여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떠오를 때, 많은 국민은 지도자 도덕성과 포퓰리즘의 악화를 걱정했다. 김부선 파문에 더해 ‘형수 욕설’ 파일이 나오고 대장동 의혹이 확산하면서, 그래도 인성에 관한 한 문 당시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긴개긴·유유상종임이 드러났다.

이런 두 사람이 잇달아 민주당의 최고 지도자가 된 것은 민주당 불행을 넘어 국민의 불행이다. 좋은 정부·여당 못지않게 좋은 야당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이제 과거 사람이지만, 이 대표는 차기 대통령을 향한 미래 행보를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대장동, 백현동, 위례신도시, 성남FC,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옆집, 아들 불법도박 의혹 등과 관련된 수사도 본질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검수완박과 국회의원, 당 대표, 당헌 개정 등 4중 방탄막에도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힘들어진 가운데, 이 대표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음에도 장외 투쟁에 나섰고, “(윤석열) 퇴진이 (이태원) 추모”를 외치는 시위를 부채질한다. 민주당 전체가 대표 개인 문제에 끌려가는 형국이다.

정당도 ‘자살’을 한다. 영국 자유당은 윌리엄 글래드스턴 등 걸출한 정치가들을 배출하고 근대 개혁을 선도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당 하원 의원이었고, 윈스턴 처칠도 한때 자유당 소속이었다. 그런데 1920년대 갑자기 몰락했다. 민심과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멸(self-destruction)이었다. 특히, 1920년대 후반 마지막 회생 기회가 왔을 때, 당권파(헨리 애스퀴스)와 국민 지지를 받는 세력(로이드 조지)의 악성 분열은 치명적이었다. 애스퀴스는 1927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대표직을 내놨지만, 본인도 자유당도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일본 민주당의 궤멸은,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의 희망까지 죽였다는 점에서 더 비극적이다. 자유민주당 체제 55년을 극복하고 2009년 집권한 민주당은 3년 만에, 일본인들 표현대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아동수당, 무상교육, 무상의료,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등 과도한 포퓰리즘, 행정 무능력, 소득주도성장의 선배 격인 내수주도성장, 반기업·친노조 정책으로 인한 투자 탈출과 경기 침체 등이 덮치면서 국민 신뢰를 잃었다. 일본 야당은 지금도 지리멸렬이다.

지금 민주당을 보면, 영국 자유당과 일본 민주당의 나쁜 점들을 모두 합쳐놓은 것 같다. 1955년 창당된 신익희·조병옥의 민주당은 수없이 당명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김대중 집권기까지는 탈호남은 물론 김종필·전두환·노태우와도 손잡으며 기반을 넓혀 왔다. 노무현·문재인 시기에는 이념정당으로 전락하고 지지기반도 위축됐다. 이 대표 체제 들어 공당(公黨)이라고 하기도 힘들 만큼 더욱 편협해졌다.

정책적·지역적 지기기반을 획기적으로 넓히지 않고는 집권할 수 없음을 민주당 자체 역사가 말해준다. 20년 집권론을 외쳤던 민주당의 책사 이해찬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민주적 국민정당’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1998년 정권교체에 대해 “DJP 연합, 이인제 출마, IMF까지 작동해 겨우겨우 39만 표 차이로 이겼다”며 지지기반 확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가 민주당을 사랑한다면, 대표직을 내놓고 백의종군하면서 수사를 받는 게 옳다. 이 대표 본인의 혐의에 앞서 측근들이 대거 불법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더는 버티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이 합리적 세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연금·노동개혁 같은 국가 과제에 앞장선다면 DJ 시기의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99년 당시 독일 야당이던 기민련의 사무총장 앙겔라 메르켈은 지도부가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자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 헬무트 콜 전 총리와 당시 당 대표인 볼프강 쇼이블레를 내치며 당을 쇄신해 집권 길을 열었고 독일 정치도 개혁했다. 민주당의 사활도 ‘이재명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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