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생산적 투자로의 전환 급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환율 하락과 주가 상승 일시적
돈 풀기로 왜곡된 생산과 소비
거품 터진 뒤 경기침체 불가피

잘못된 투자 시정해야 할 시점
옥석 가려 좀비기업 퇴출하고
친기업 환경과 감세 정책 중요

모처럼 환율은 떨어지고 주가가 오르며 금융시장에 활기가 일고 있다. 미국의 10월 물가상승률이 7.7%에 그쳐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으로의 경제 전망이 그리 좋지 않고, 우리 금융시장이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어서다.

향후 경기 침체가 뒤따를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코로나 사태 속에서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이 경제에 붐을 일으켰다가 버스트(거품 붕괴)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기업가와 소비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그에 따라 잘못된 투자를 초래해 생산구조와 소비구조가 왜곡돼 지속가능하지 않은 붐이 일어난 결과, 버스트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이자율 인하로 통화 공급이 증가하고 신용이 증가하면 수익성이 없었던 투자 프로젝트가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돼 기업가들이 투자를 늘린다. 또, 금리 인하로 팽창된 새로운 통화를 입수한 사람들이 소득과 부가 증가한 것으로 착각해 소비를 늘린다. 이렇게 투자와 소비가 증가하면서 붐이 일어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기업가들은 원자재 등의 자원이 투자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데 필요한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신용 증가에 따른 투자자금은 실물 자원에 의해 뒷받침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생산에 참여해 받은 소득은 화폐지만, 그 화폐소득은 생산에 참여해 받은 것이므로 사실상 생산물이다. 그래서 그 소득의 일부를 저축해 만들어진 투자자금은 생산물로 뒷받침된다. 그러나 신용 증가에 따른 투자자금은 생산활동과는 관계없이 ‘허공’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실제로 투자에 필요한 자원은 증가하지 않았다. 투자 프로젝트에 필요한 생산요소가 기업가들이 원하는 양에 비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생산요소의 가격이 오르게 돼, 생산비용은 기업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든다. 여기에 팽창된 통화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신용 확대가 멈추게 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확보 경쟁으로 은행의 대출 금리와 채권 금리가 올라간다. 결국, 생산요소 비용 증가와 함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증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투자 프로젝트는 완성되지 못하고 중단돼 경제는 버스트 국면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급등했던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지난 연말부터 하락하고 있는 것은 이런 과정이다. 그리고 지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에서 보듯이 초저금리로 인한 잘못된 투자가 만연해 있는 상황일 수 있다. 잘못 투자됐던 자원은 생산요소 가격 상승과 금리 상승을 통해 청산될 것이다. 잘못 투자된 자원이 새로운 투자로 투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매우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에서 봤듯이 조그마한 악재에도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고, 그로 인해 금융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이처럼 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그러나 미래가 아무리 어두워도 세상의 끝이 아니기에 그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잘못 투자된 자원은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 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으므로, 청산되도록 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붕괴하지 않도록 옥석을 가려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좀비기업들까지 지원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투자가 생산적인 투자로 빨리 전환되도록 하는 것이다. 얼마나 빨리 전환되느냐는 유연한 경제구조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정부의 반(反)시장 정책으로 취약해진 경제구조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하며, 기업 관련 규제들을 완화해 기업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기업이 잘못 투자한 기업으로부터 자본재를 구입하기 위한 자금은 실질적인 저축에서 나와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감세를 통해 저축이 증가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