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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22년 11월 17일(木)
“온도 상승 마지노선” 경고에도… 기후 대신 정치만 달아오른 기후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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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가 열린 회의장 앞에서 아마존 원주민 여성이 ‘더 이상 땅이 도난당해선 안 된다’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 Global Focus - 내일 폐막 ‘COP27’ 빈손 우려

‘손실과 피해보상’ 의제 채택불구
주요국 정상들 고위급회의 불참
러 신흥재벌들은 로비벌여 빈축
북극해 인근 유전개발까지 눈독

최근8년 역사상 가장 더운 지구
“북극 해빙 2050년내 사라질 것”
개도국 “선진국 책임져” 규탄속
결의안 나와도 ‘공염불’ 불보듯


‘멸종의 시대’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이 69% 줄었다. 북극의 상징과도 같은 북극곰은 약 30년 뒤면 개체 수가 3분의 1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캐나다 밴쿠버의 한 해변에서 홍합 등 10억 마리 이상의 해양 생물이 폐사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 환경 변화가 주요 요인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동물만의 일이 아니다. 인간도 사실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는 찜통 속에서 사멸 위협을 받고 있다. 100여 년 만에 평균 1.15도 높아진 지구 온도로 여름철 40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열돔 현상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유럽에서 사망한 인원만 최소 1만5000명에 달한다.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지만, 고령 인구 증가·저출산 기조를 종합해보면 인간 역시 멸종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가 이러한 위기감 속 지난 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했다. 당장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의 온도 상승 저지선인 1.5도를 넘길 수 있다는 한숨과 규탄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오는 18일 폐막을 앞두고 결의안이 발표될 예정이나 책임과 반성보다 정치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8년, 지구 역사상 가장 더웠다 = 세계기상기구(WMO)가 COP27 개막에 맞춰 발간한 ‘2022 글로벌 기후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올해 지구 평균 온도는 1850~1900년 산업화 이전 시대 평균 온도보다 약 1.15도 높을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최근 8년(2015~2022년)이 관측 기록상 지구 온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목표로 내걸었던 지구 온도 상승 폭 마지노선인 ‘1.5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WMO는 경고했다. 해수면 상승 속도 역시 1993년 대비 29년 만에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2020년 1월 이후 10㎜나 높아졌다. 지구가 더워지며 빙하가 녹자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 지구 빙하권 기후 이니셔티브(ICCI)’는 COP27에서 발표한 ‘빙하권 상태 2022 보고서’에서 “여름철 북극해 해빙은 2050년 이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1% 증가했다. 피에르 프리들링스타인 영국 엑서터대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로, 이산화탄소가 중국과 유럽연합(EU)에서 각각 지난해 대비 0.9%와 0.8% 감소했지만, 인도와 미국 등에서는 오히려 각각 6%, 1.5% 늘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인 중국의 배출량 감소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장기간 봉쇄 정책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연구팀은 화석연료 사용, 삼림 파괴 등 모든 요인을 합쳐 산출한 탄소 방출량을 406억t으로 추정했으며, 파리협정에서 정한 1.5도 상승까지 대기 중으로 흡수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을 3800억t 정도로 추산했다. 결국 1.5도 상승까지 9~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행동 대신 정치만 가득한 COP27 = 기후 관련 연례 최대 행사가 열린 만큼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문제가 사상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채택돼 “선진국이 기후위기에 책임을 지라”는 아프리카 등 개도국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선진국의 과다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홍수, 가뭄 등의 피해가 개도국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 10일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돕겠다 약속했지만 정작 자금 지원은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회의가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10대 온실가스 배출국 중 지난 7~8일 고위급 회의(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뿐일 정도로 각국 정상은 기후변화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더 분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아예 COP27에 불참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자국 중간선거 일정 등을 고려해 ‘지각 참석’하며 사실상 세계 3대 온실가스 배출국 모두 정상회의에 불참한 꼴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등 주요 외교 행사가 줄줄이 개최되며 여론적 관심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이 틈을 타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유 등 화석연료 기업들이 COP27 회의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특히 미국·EU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은 COP27에서 로비를 펼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COP27에 참석한 러시아 기업 중에는 미국·EU 제재 대상인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최대 민간은행 스베르방크, 민간 최대 석유 기업 루코일 등이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북극해 인근 유전 개발까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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