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막자 더 절박한 퍼포먼스… 박물관에 빨간액체 뿌리고 명화테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환경단체의 절박한 퍼포먼스가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왼쪽 사진에선 ‘채식미래’ 활동가들이 지난 1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집트 박물관에서 파라오 관 쇼케이스에 빨간색 액체를 끼얹고 있다. 트위터

■ Global Focus

72세 여성은 8830㎞ 자전거시위
4개월 여정후 “기후변화 막아야”

위장 환경주의 ‘그린워싱’ 논란도
툰베리 “홍보수단 변질” 불참선언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가 열린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엔 전 세계 환경단체 회원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이 더는 늦어져선 안 된다는 절박한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주최국인 이집트가 행사장 근처 시위를 원천 봉쇄하고, 회의 참가국과 기업들의 일명 ‘그린워싱’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환경단체들의 다양한 퍼포먼스가 전 세계에서 펼쳐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COP27이 폐막하는 오는 18일까지 환경운동가들의 회의장 인근 시위를 막을 방침이다.

집회는 의장국 허가를 받고 진행하는 원칙이 있지만, 이집트 정부는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공간에서 소규모 시위만 허용했다. 또 최소 36시간 전에 시위 계획을 통보하도록 해 회의장 기습 점거를 막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지난달 23일 ‘라스트 제네레이션’ 회원들이 독일 베를린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된 클로드 모네 작품에 으깬 감자를 퍼부은 뒤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며, 오른쪽 사진은 오스트리아 빈 레오폴드 박물관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죽음과 삶’에 검정 액체를 뿌리고 연행되는 장면이다. AP AFP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자 환경단체는 더욱 절박한 퍼포먼스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렸다. 지난 1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집트 박물관에선 환경단체 ‘채식미래’ 소속 활동가 2명이 파라오 관 쇼케이스와 액자에 피와 기름을 상징한 빨간색 액체를 쏟아부었다. 채식미래는 “각국이 환경오염과 관련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현실을 더는 참을 수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 6일엔 ‘멸종반란’ 회원 2명이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 작품 앞에서 ‘명화 테러’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물론 이들 행동에 대한 쓴소리도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행동주의도 좋지만, 그 목표가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눈에 띄는 별난 시위도 이어졌다. 스웨덴에 거주하는 여성 환경운동가 도로시 힐데브란트(72)는 유럽과 중동 17개국 8830㎞를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약 4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13일 이집트에 도착한 그는 “정말로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며 “비록 불편할지라도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장 환경주의를 비판하는 이른바 ‘그린워싱’ 논란도 불이 붙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COP27은 권력 있는 자가 그린워싱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변질했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코카콜라 등의 COP27 참여를 비판한 결정이었다. 여기에 2011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무너뜨린 이집트 봉기의 상징 알라압드 엘파타의 교도소 수감과 단식투쟁 등 이집트 인권 문제도 선진국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