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날카롭지만 속은 따뜻한… 범죄 프로파일링 씨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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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합니다 -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

지난 2001년 대전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권총 강도 살인사건의 범인이 21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그중 한 명인 이모 씨가 범행을 극구 부인하다가 돌연 범행 사실을 시인하고 여죄까지 털어놓은 데는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프로파일러’ 하면 떠오르는 반가운 얼굴이 있다. 그가 바로 경찰 출신 방송인이자 대학교수인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이다. 필자와는 강력형사와 무도경찰 출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개인적으로는 존경하는 후배이기도 하다. 그는 일선 현장에서 프로파일러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에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강력형사와 과학수사요원을 거치며 범죄 현장에서 터득한 경험과 창의성, 역동성을 바탕으로 범죄자들의 심리를 해석하는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부단한 연구와 끈질긴 노력 끝에 경찰에 직제를 정착시켰다.

사실 2000년 당시에는 프로파일링이 워낙 생소해 범죄행동심리분석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또 일선 형사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국가적 지원도 빈약했다. 현실적 어려움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정말 그의 피나는 노력이 합쳐진 결과물인 셈이다.

그 이후에는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과 제주 양지승 양 살해사건,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범 김길태 사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굵직한 강력흉악범죄 해결에 기여했다. 또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면서 1000명 이상의 범죄자를 프로파일링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범죄자로 정남규를 꼽았다. 그는 “사람에게서 서늘함을 느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또 옥중에서 정남규가 자살한 데 대해서는 “살인의 욕구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죽인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그를 존경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허당기’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카드를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권 교수는 겉으로 보면 강렬한 카리스마와 강력형사 출신, 프로파일러 등의 강렬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마음속은 한없이 따뜻하고 정이 많으며 따뜻한 인간미의 소유자다. 특히 따뜻한 인품을 바탕으로 한 원만한 대인 관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범죄 분석 능력과 통찰력이 뛰어나고, 목표를 향한 강력한 추진력, 긍정적 사고와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업무 스타일,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 항상 지칠 줄 모르는 뜨거운 열정, 경청과 순수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박한 성품과 겸손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도 하다.

또 범죄에 대해 얘기할 때에는 진중하지만, 농담이나 우스갯소리도 곧잘 하는 반전 매력이 있다. 그는 2017년 ‘범죄 수사에 심신이 지치고, 무엇보다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현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경찰은 훌륭한 인재를 한 명 놓쳤다. 그는 주변 사람들과 경찰 선후배 사이에서 예의 바르고 겸손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의 훌륭한 인품을 웅변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 위에 뜬 나뭇조각은 물이 흐르는 대로 흘러갈 뿐이지만, 생명력이 있는 물고기는 그 물을 역류해 거슬러 올라간다. 작은 도전과 노력만으로도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오늘따라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하루다. 끝으로 그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 행복이 가득하길 빈다.

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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