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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2년 11월 21일(月)
오직 음악만이 나의 길잡이가 되게 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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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조용필 ‘Lead Me On’

조용필을 원고지 10장에 가둘 수는 없다. 그가 세운 이런저런 기록만으로도 모자랄 터이므로 오늘은 데뷔 시절을 눈여겨볼 참이다.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 가수로 ‘탄생’했을까. 활자보다 증거 능력 있는 게 화면이다. 본인의 육성 증언은 자료를 넘어 사료(史料)가 된다. 신중하기로 정평이 난 조용필이 스스로 자신의 가수 입문을 소상히 밝힌 희귀 화면이 있다.

때는 30년 전. 본인 입으로 100번 이상 PD에게 시달리다가 마지못해 출연한 토크쇼였다. 제목은 ‘밤으로 가는 쇼’(KBS 2TV). 무려 사흘(1992.12.14∼16)에 걸친 방대한 분량의 조용필스페셜(3부작)이다. 데뷔 55주년을 앞두고 그의 노래들로 엮는 뮤지컬 대본을 공모(접수 마감 2023.2.28) 중이던데 스토리를 완전히 새로 꾸미는 것도 괜찮지만 이왕이면 본인의 실화를 주축으로 구성하는 게 낫지 않을까도 싶다. 살아온 인생에서 극적인 만남과 이별이 적지 않아서다.

조용필의 질풍노도 시절은 양귀자의 소설 제목(‘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떠올리게 한다. 경기 화성시에서 염전을 하던 아버지는 7남매 중 여섯째인 용필의 음악 활동을 극력 반대했다. 대학생이던 둘째 형이 가족 중 유일한 조력자였다. 기타에 마음을 뺏긴 것도 형 덕분인데 아버지는 둘째가 취미 삼아 기타 치는 건 허용하신 모양이다.

경동중 시절 당시 아역 배우 출신 안성기와 동급생이었다는 건 아는 사람이 많은데 같은 반, 게다가 짝꿍이었다는 건 놀라운 인연이다. (같은 책상에 나란히 앉았던 두 친구가 국민가수, 국민배우가 되다니) 숫자는 기억을 인증하게 만든다. 각각 29번, 30번이었다는데 안성기의 회고도 사실에 힘을 보탠다. “용필이는 키가 그때 그대로예요.”

지난주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있었는데 어떤 학생에겐 수능이 순응이었을지도 모른다. 집념의 용필은 순응을 거부하고 홍길동처럼 집을 뛰쳐나온다. 그때 가지고(?) 나왔던 형의 제도기는 하숙 생활에 보탬이 됐다. 혼자 나온 게 아니라 나이가 한두 살 위인 3명과 함께였다. 뮤지컬에서 이 장면은 폴 매카트니와 윙스의 ‘집단탈주’(Band On The Run, 1973)를 양념처럼 얹어도 좋겠다. 그러나 용필을 제외한 3명은 하나씩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들의 제보(?)로 작은형이 비무장지대(DMZ) 부근까지 찾아왔지만 용필은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야산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돌아가니 형이 편지를 남겼다. 또박또박 적은 글자들은 그의 음악 인생을 지탱케 한 구심점이 됐다. “할 테면 제대로 하고 어려우면 돌아와라.” 1968년 봄에 가출한 소년은 1975년 8월 청년으로 귀가한다. 처음부터 가수는 아니었다. 미8군 무대에서 보컬을 담당하던 베이스기타 연주자가 갑자기 입대하자 그동안 연주만 하고 가끔씩 우~ 아~ 화음이나 넣던 그가 졸지에 마이크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운명은 가혹하지도 않고 다정하지도 않다. 슬쩍 다가와 뭔가 건네주는데 그것이 기회의 구슬이다. 그때 그 베이시스트가 입대를 안 했다면 우리는 가왕을 만나지 못할 뻔했다.

조용필 뮤지컬엔 미군 역할이 다수 필요하다. 운명을 바꾼 사건도 한 미군 덕분에 발생했다. 그의 노래 솜씨에 반한 미군이 자신의 생일파티에 노래를 불러달라며 직접 LP판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 약속한 개런티는 무려 맥주 한 박스. 그의 희망곡이 바로 나중에 ‘님이여’로 번안해 부른 ‘Lead Me On’(1959)이었다. 원곡 가수는 보비 블랜드(1930∼2013). ‘사랑만이 오직 나의 길잡이가 되게 해주오’(Let your love be my only guide).

가까이서 오래 본 그는 확실히 돈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PD가 증언할 내용이다. 우리는 그의 성적표에 관심이 없다. 음악의 길을 지키는 이정표로 든든하기 때문이다.

작가 · 프로듀서 ·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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