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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뉴 프런티어 리더십 게재 일자 : 2022년 11월 21일(月)
전문성 · 독립성 갖추고 ‘능동적 소통’…출입국 규제 폐지 ‘과학 방역’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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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 겸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이 최근 코로나19 특별대응단 정례브리핑에서 전문가 자문위 회의 결과를 토대로 겨울철 유행 전망과 예방 및 대응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뉴 프런티어 리더십 -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정기석 호흡기내과 교수 주축
의 · 과학 전문가위원 21명 구성
다른 산하위와 다르게 독립적
“당국 요청에 앞서 능동적 자문”

확진자 7일 격리의무 유지하고
입출국 PCR 폐지 효율성 추구

코로나 방역 ‘오답노트’ 작성
포스트 팬데믹에 철저한 대비




한국 사회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까지 약 20년 동안 감염병 위기를 5~6년 주기로 겪고 있다. 2002년 사스 대유행을 거친 후 2004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세워졌고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방역 체계의 기틀이 다져졌다. 5년 후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병 교과서에 있던 모든 원칙을 뒤집었다. 호흡기 감염병의 전형적인 증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백신과 치료제는 개발돼 있지도 않았다. 국가 재난 위기가 닥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의무화 등 방역 조치는 국민 일상을 바꿔놓았다. 의료계는 한국의 감염병 대응 체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감염병 컨트롤타워에서는 새로운 모델이 나왔다. 신종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민관 협동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한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자문위)다. 자문위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7월 19일 발족했다. 이는 전문적인 감염병 방역 대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국무총리 직속 독립적인 민간 자문기구다. 지난 4개월간 자문위가 방역 정책 방향성에 대해 권고하면 방역 당국은 이를 수용해 민관이 정책적으로 선순환하는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방역 폐해 방지 위해 출범=자문위의 출발점은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에 꾸려졌던 ‘코로나19비상대응특별위원회’다. 당시 위원 중 보건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가 감염병 대응 거버넌스를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독립성이 보장된 민간 자문기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문제의식의 시발점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다. ‘위드 코로나’ 방향과 세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에는 경제민생·교육문화·자치안전·방역의료 등 4개 분야 총 40명이 참여했다. 다양한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이익단체와 기관장, 장관들까지 참석한 만큼 정치적인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였다. 아무리 위원들이 유능해도 이익단체와 기관을 각자 대변하기 시작하면 방역 방향성을 오판하기 십상이다. 방역의료 전문가는 5명에 불과해 의견 반영조차 쉽지 않았다. 위원회는 방역보다는 민생 경제에 중점을 두고 위드 코로나에 힘을 실어줬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를 앞둔 지난해 10월 중순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치솟고 있고, 겨울철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장 활성화돼 시기상 부적절하다면서 반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정부가 방역 빗장을 푸는 위드 코로나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위원회 내 방역 전문가들과 방역 당국의 목소리는 묻혀 버렸다. 위드 코로나 직후 지난해 12월 사망자는 2000명에 육박했다. 위드 코로나 와중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경고음도 계속 울렸지만 준비 없이 오미크론 대유행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 완화 기조로 올 3월 하루 확진자 62만 명에 사망자만 8172명이 나왔다. 위원회가 ‘정치 방역’에 맞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패착이다.

◇철저한 독립적 전문가 기구=자문위는 이 같은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독립적인 민간기구로 설계됐다. 관료와 이익단체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배제됐다. 위원회엔 사회·경제·교육·문화 전문가들이 합류했지만 자문위의 주축은 의·과학 전문가들이다. 방역의료분야 13명, 사회경제분야 8명 등 민간 전문가 21명으로만 이뤄졌다. 국무총리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위원회와 달리 자문위원장은 민간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자문위를 이끌고 있다. 정부 산하 위원회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독립성이다. 정부는 자문위 활동에 간섭하지도 않고 별다른 주문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에 한해서는 방역 당국과 민간 자문기구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위 한 위원은 “정치가 개입되지 않아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외부 의견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위원들이 방역에 대한 의견을 소신대로 개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문위는 지난 4개월 동안 8차례 열렸다. 정 자문위원장은 발족 당시 위원들에게 “방역 당국에서 묻는 것에만 답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능동적으로 자문하자”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방역 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자”고 당부했다. 민간 자문기구로서 수동적인 위치에 머무는 게 아니라 방역 당국이 어젠다를 설정할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 길잡이가 되자는 취지에서다.

◇방역 오판에 제동, 출입국 규제 등 폐지 역할=테이블 위에 올라간 방역 의제는 굵직하다. 처음 논의된 건 정권 교체기에 논쟁거리로 떠올랐던 확진자 7일 격리의무 폐지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이양을 보름 앞둔 지난 4월 25일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하향하면서 후속조치로 격리의무를 5월 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격리의무 해제 결정을 두어 번 미루면서 4주 단위로 재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자문위는 정부에 “코로나19 유행이 안정적으로 잡히지도 않았는데 격리의무 해제 여부를 4주 단위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권고했다. 코로나19는 1인당 10~15명에게 퍼뜨릴 정도로 전파력이 여전히 강하고, 국민이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논의를 4주마다 한다면 국민 피로도만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입·출국 전후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국민이 쓰는 경제적 비용에 견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단계적 폐지를 권고했다. 코로나19 방역 상징인 마스크 의무화 해제를 두고는 자문위 의견이 반영돼 지난 9월 말 실외 마스크만 먼저 풀렸다.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를 두고선 자문위원들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한다. 자문위 내에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에 대한 결론을 쉽게 내진 못했다. 지난달 말 정 자문위원장은 “아직은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실내 마스크 의무를 풀면 감염을 어느 정도 용인한다는 의미인데 어린이와 고령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데믹 대비 역할 기대=최근 자문위의 시선은 ‘포스트 코로나’로 향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오답노트’를 작성하고, 감염병 연구·개발(R&D), 방역통합시스템 구축 등 다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종 감염병 사태가 터질 때마다 촉구됐던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진척이 없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등 혼란을 겪었지만 의학 강국이란 강점을 살려 백신을 10개월 만에 내놓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두 가지 오미크론 변이에 동시 대응하는 2가 백신까지 내놓는 동안 한국은 원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겨냥한 1가 백신 한 가지만 겨우 출시했다. 이는 체계적인 R&D 지원이 뒤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가 약속했던 중앙감염병병원 설립도 지지부진하다. 감염병 전문 인력은 지속적으로 육성되지 않아 늘 부족한 실정이다. 정 자문위원장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들겠지만 다음 팬데믹에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드라이브를 걸어주는 것이 자문위 역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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