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간호 받은 남편 결혼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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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강진규(30) · 박고운(여 · 31) 부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저(고운)는 2017년 동료 교사의 주선으로 유아 체육 강사였던 남편을 소개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초면이 아니었어요. 제가 근무하던 어린이집 크리스마스 행사 때 산타클로스 분장을 하고 왔던 산타할아버지였죠. 대화가 잘 통했던 저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인 사이가 됐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 아동복지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평생 어린이집 교사로 일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취미로 요가를 하면서 그 매력에 푹 빠져 요가 강사가 됐습니다. 벌써 4년 차네요. 남편 역시 취미로 웨이트 운동을 하다 트레이너로 전향하게 됐어요. 도전을 주저하는 저였지만 다양한 경험을 즐기는 남편 덕에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었어요. 연애 2년 차 남편이 보디빌딩 대회를 나가게 됐는데, 강도 높은 운동과 식단 탓에 남편 몸에 갑자기 이상이 온 적이 있었어요. 급히 응급실로 가 검사와 진료가 끝날 때까지 남편 곁을 지켰습니다. 남편은 그때 ‘이 여자와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 후 함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구경 간 적이 있는데, 제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남편이 아파트를 계약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금을 냈더라고요. 남편은 아파트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결혼 전까지 열심히 돈을 모으겠다”고 했고, 실제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 믿음직스러움 덕에 저 역시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아요. 저희는 2020년 결혼했습니다. 결혼 후 시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 남편은 제가 간호하는 것을 보고, 평생 기댈 수 있는 아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해요. 저 역시 얼마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제 가족 곁을 지켜주는 남편을 보면서 평생 반려자로 이 사람을 선택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한결같이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년에는 저희를 닮은 아이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