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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2년 11월 23일(水)
가파도 자연과 하나된 예술품… 제주가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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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가파도에 설치된 심승욱의 ‘구축 혹은 해체’. 플라스틱 수지로 고목을 형상화해서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흐린다.


■5년 만에 열린 ‘제주비엔날레’

16개국 작가 55명 165점 출품
내년 2월 12일까지 6곳서 전시

정원에 필름 둘러 자연광 변주
기상이변 각성하는 영상작품도

과거 내부갈등 · 졸속 추진 진통
예산·인력 등 독립적 구축 과제


제주 글 · 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2022 제주 비엔날레’를 1박 2일로 둘러보며 내용이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내외 여느 비엔날레에 비해 규모가 크진 않았으나, 주제(‘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에 걸맞게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충실히 전했다. 16개국 55명(팀)의 작가가 출품한 165점은 개성적 미학의 아우라를 뿜으면서도 제주 땅의 생명력에 대한 경외를 하나같이 품고 있었다.

지난 16일 개막한 이번 비엔날레는 내년 2월 12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제주현대미술관 등 6곳에서 펼쳐진다. 주제관인 도립미술관에서는 국내외 작가 33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실제 정원을 반투명 필름으로 감싸 자연광의 다채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김수자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협업작가인 문경원과 전준호는 선박 고철을 이용한 조각과 함께 영상 설치 작업 ‘이례적 산책’으로 이 시대를 성찰한다. 김기라의 작품 ‘비비디바비디부_내일은 검정_우린 알아_우리가 다시’는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에 대한 각성을 뮤직비디오 형태에 담았다. 강요배의 대형 회화 ‘폭포 속으로’와 영상 ‘그날’은 제주의 물과 바람이 빚은 장엄한 풍광을 드러내고 있다. 박남희 제주비엔날레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강요배 선생이 오랫동안 작업했는데, 그 과정에서 철학, 인문, 역사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현대미술관에서 만난 황수연의 ‘큰머리 파도’는 금속 재질로 보이는데 종이로 만든 이형체(異形體)여서 자꾸 만져보고 싶게 했다. 원로 작가 윤석남은 제주 출신의 조선시대 자선 사업가 김만덕을 기리는 그림과 설치 작업으로 여성의 주체적 삶을 표현했다.

현대미술관 야외에 설치한 김기대의 ‘바실리카’는 뼈대가 앙상한 온실 건물을 짓고 농작물을 심어 기르며 인간의 자연 숭배와 지배라는 이중적 관점을 다뤘다. 제주 전통가옥을 활용한 공간 ‘미술관옆집 제주’는 태국 작가 리크릿 티라바닛의 작품을 보여준다. 창고와 통로, 밭, 안방과 공방 등 곳곳에서 그림과 물품을 통해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한국의 이유진 큐레이터가 관객을 안내하고 참여를 이끌며 설치미술과 공연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실제 꽃이 떨어진 듯 생태 위기를 성찰한 알로라(미국)와 칼자디아(쿠바)의 설치작품.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선 해녀복과 오리발을 제재로 한 이승수의 설치작품을 볼 수 있다. 제주에 1년간 머물며 ‘바다의 앞모습’을 128점의 그림으로 그려낸 노석미의 작업도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제주라는 공간 특성이 가장 뚜렷이 드러난 곳은 ‘가파도 작가 레지던스(AiR)’와 ‘삼성혈(三姓穴)’ 전시장이었다. 신모슬포구에서 배를 10여 분 타고 간 가파도는 폐가의 벽화(이탈리아 아그네스 갈리오트)와 더불어 인공 작품을 자연의 일부로 만든 심승욱의 ‘구축 혹은 해체’ 연작 등을 품고 있다. 여기서 해양 쓰레기를 소재로 한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홍이현숙은 바다의 생명을 위로하는 퍼포먼스도 펼친다. 탐라국 탄생 신화가 전해지는 삼성혈에서 박지혜, 신예선과 대만 작가 팅통창은 영상과 설치 작업 등을 통해 당대인의 사유 폭을 넓힌다.

한편, 이번 비엔날레는 지난 2017년 제1회 개최 이후 5년 만에 열렸다. 졸속 추진 논란, 내부 갈등 등으로 진통이 컸던 탓이다. 이번에 제주 도비(18억5000만 원)와 한림제약 등 기업 후원을 받아 진행하지만, 향후 지속하기 위해서는 예산·인력 확충과 독립적 조직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미술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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